3년 동안 매주 나가던 동네 합창단을 그만두신 분이 계셨습니다. 마지막 날 악보 파일을 반납하고 나오셨다고요.
그 분은 홀가분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계단을 내려가다 한 번 뒤를 돌아보셨답니다. 그 한 번이 이름을 바꿉니다. 그날의 감정은 시원섭섭함입니다.
시원섭섭함과 홀가분함은 둘 다 무언가가 끝난 뒤에 드는 가벼운 마음입니다.
어깨가 풀리고, 시간이 생긴 것 같고, 한숨이 길게 나옵니다. 가볍다는 점이 같으니 하나로 부르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홀가분함은 짐을 내려놓아 가벼움만 남은 감정이고, 시원섭섭함은 그 가벼움 안에 떠나보내는 서운함이 함께 섞인 감정입니다.
홀가분함은 내려놓은 것에 미련이 없습니다.
끝내야 할 일이 끝났고, 다시 돌아보지 않습니다. 마감을 끝낸 날, 이사를 마친 날 같은 때입니다. 그래서 홀가분함은 대개 앞을 봅니다. 이제 무엇을 할까 하고요.
홀가분함과 후련함, 해방감과 홀가분함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시원섭섭함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시원섭섭함은 이름 그대로 두 감정이 함께 있습니다.
매주 가던 길을 안 가도 되니 시원합니다. 그런데 3년을 함께한 사람들, 그 연습실의 소리가 이제 없다는 것이 섭섭하죠. 그래서 시원섭섭함은 뒤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계단에서의 한 번처럼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시원섭섭함을 홀가분함이라고 부르시면 섭섭한 쪽이 갈 곳을 잃습니다. 나중에 이유 없이 허전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홀가분함이라면 가벼워진 만큼 다음을 보시면 됩니다.
시원섭섭함이라면 섭섭한 쪽에도 자리를 주시면 됩니다. 그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번 더 건네는 정도로요. 두 감정을 따로 부르면 각각의 크기가 보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가벼워진 것은 같습니다. 뒤를 돌아보게 되는지만 보시죠.
이름을 붙이면 크기를 잴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