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훌륭했다고 세 번 말씀하시는데, 어느 장면이 좋았는지는 한 번도 안 나오더군요.
거짓말이 아닙니다. 정말 훌륭했을 겁니다. 다만 훌륭한 것과 나에게 닿는 것은 다른 이름입니다.
감동과 감탄은 둘 다 무언가를 보고 크게 느끼는 일입니다.
둘 다 좋았다고 말하게 되고, 둘 다 남에게 권하게 됩니다. 세기로도 안 갈립니다. 그러면 무엇이 갈릴까요?
그것이 나에게 닿았느냐입니다.
감탄은 저것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일입니다.
솜씨가 뛰어나고, 규모가 크고, 완성도가 높습니다. 판단이 들어갑니다. 잘 만들었다는 평가지요.
그래서 감탄은 남습니다. 다만 그 대상에 대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훌륭했다는 문장이 남고 장면은 안 남는 것이 그래서겠지요.
감동은 그것이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드린 상태입니다.
솜씨와 상관없습니다. 어설픈 것에도 감동할 수 있습니다. 내 이야기와 걸리는 지점이 있으면 닿거든요.
그래서 감동은 장면으로 남습니다. 전체가 좋았다는 말보다 그 한 순간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어느 장면이 좋았는지 대실 수 있습니까?
세 번 훌륭했다고 하시고 장면이 안 나오시면 뒤쪽입니다. 못 느끼신 게 아니라 다른 것을 느끼신 겁니다.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좋은 것을 많이 보는데 남는 게 없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대개 감탄만 쌓인 경우입니다. 평가는 늘어나는데 나와 걸린 것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감탄은 비교를 부릅니다. 대단한 것을 보면 다음에는 더 대단한 것을 찾게 되죠. 그러면 웬만한 것에는 아무것도 안 느껴지게 됩니다.
감동 쪽이면 할 일은 없습니다.
감탄만 있으시면 할 일은 더 좋은 것을 찾는 게 아닙니다. 보고 나서 한 장면만 적어보는 것입니다. 왜 그 장면이었는지는 안 적으셔도 됩니다.
장면을 고르려면 나와 걸린 데를 찾아야 하고, 찾다 보면 걸리는 데가 생깁니다. 좋은 것을 더 많이 보는 것보다 이쪽이 빠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좋았던 것은 같습니다. 한 장면이 떠오르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