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를 사 가셨다가 안 맞는다며 반쯤 남은 봉지를 들고 다시 오신 손님이 계셨어요.
이게 제일 간단한 답이에요.
가게에서 파는 원두는 대개 그 가게에서 쓰는 원두예요. 그러니까 그 원두로 만든 커피를 한 잔 시켜서 드셔보시면 돼요. 그게 시음이에요.
저희는 여러 원두를 두고 있어서, 봉지를 고르실 때 이걸로 한 잔 내려드릴까요 하고 여쭤봐요. 그러면 실패가 거의 없어요.
작은 잔으로 조금 내어주시는 가게가 있어요.
다만 이건 원가가 드는 일이라 모든 가게가 하지는 않아요. 안 해준다고 인색한 게 아니에요. 한 잔을 내리려면 원두와 시간이 똑같이 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시음을 따로 안 하고, 대신 그 원두로 만든 메뉴를 시키시면 원두값에서 빼드려요. 그렇게 하는 가게가 꽤 있어요.
마시는 게 부담스러우시면 이 방법이 있어요.
봉지를 열어서 향을 맡아보게 해달라고 하시면 대개 해드려요. 향으로 전부를 알 수는 없지만 결이 어느 쪽인지는 느껴지거든요. 꽃 쪽인지 견과류 쪽인지 정도는요.
저는 손님이 고민하시면 먼저 봉지를 열어서 내밀어요.
시음이 안 되는 가게면 이렇게 하시면 돼요.
제일 작은 단위로 사서 드셔보시고, 맞으면 다음에 크게 사시는 거죠. 저희도 작은 봉지를 따로 두는 이유가 그거예요.
큰 봉지를 사셨다가 안 맞으면 그게 다 손해예요. 값도 그렇고 남은 원두가 계속 눈에 밟히고요.
안 맞는 원두를 억지로 다 드시는 것만큼 커피가 싫어지는 일도 없더라고요.
시음보다 더 빠른 게 있어요. 평소에 뭘 드시는지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산미가 싫다, 진한 게 좋다, 우유를 넣어 드신다. 이 정도만 알려주시면 후보가 두세 개로 좁혀져요. 그 안에서 시음하시면 훨씬 정확하고요.
원두를 사실 거면 그 원두로 한 잔 먼저 시켜보세요. 그게 제일 확실한 시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