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잡지 나눔 날, 한 손님이 요리 잡지 열두 권을 한 해 치 그대로 챙기셨습니다. 이걸로 일 년 내내 저녁 걱정은 없겠네요, 하며 웃으셨죠. 무거운 꾸러미를 안고 나가시는 뒷모습이 가벼워 보였습니다.
도서관은 신문과 잡지를 꾸준히 받습니다. 앞서 잡지 빌리는 조건을 적었는데, 최신호는 대개 자료실에서만 보고 지난호부터 빌려주는 곳이 많죠.
그런데 잡지는 매달, 매주 새로 옵니다. 서가는 늘지 않으니 오래된 호는 정리해야 하죠. 그래서 도서관마다 보존 기간을 정해 둡니다. 몇 달, 길게는 몇 년이 지나면 서가에서 빼는 거죠.
앞서 도서관이 책을 버리는 이유를 적었는데, 잡지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빼낸 잡지를 그냥 버리기보다 이용자에게 나눠 주는 도서관이 많습니다. 입구에 상자를 두고 자유롭게 가져가게 하거나, 날을 정해 나눔 행사를 열죠.
요리·여행 잡지는 금방 나갑니다. 그 손님처럼요. 오래 두고 보기 좋은 잡지들입니다. 아이 잡지는 학교 숙제용으로 인기입니다. 사진을 오려 붙이는 데 쓴다고 하시더군요. 전문 잡지는 찾는 분이 따로 있습니다. 꾸준히 같은 분야만 가져가는 단골도 계시죠.
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양을 정하는 곳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고루 가져가도록요. 보존용 잡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지역 자료나 귀한 잡지는 따로 보존하니까요.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십시오. 집에 쌓이면 결국 또 버리게 됩니다. 앞서 사놓고 안 읽은 책이 쌓이는 마음을 적었는데, 잡지도 마찬가지더군요. 다 본 잡지는 다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웃에게 건네거나 다른 나눔 자리에 두는 것도 방법이죠.
서가를 떠나는 잡지는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옮겨 가는 것이다. 다른 손에서 다시 펼쳐지는 동안 그 지면은 한 번 더 산다.
몇 달 뒤 그 손님이 다시 오셨습니다. 열두 권에서 해 본 요리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여 주셨죠. 그러고는 다 본 잡지는 이웃 요리 모임에 넘겼다고 하시더군요.
서가는 늘 새것을 맞이하기 위해 무언가를 내보내야 합니다. 저는 떠나는 잡지들이 버려지지 않고 다른 손에서 다시 펼쳐지도록, 그 나눔의 상자를 정성껏 채워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