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언니가 옷 안쪽 라벨을 뒤집어 보더니, 사 온 데랑 만든 데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앞에서 화장품 회사인데 브랜드가 없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아봤잖아요. 남의 이름으로 대신 만들어 주는 데가 있다고요. 이건 그 반대쪽이래요. 만드는 데는 없고 이름만 갖고 파는 쪽이요.
박예슬 만들지도 않는데 그럼 이 회사는 뭘 하는 건가요?
신미혜 무엇을 얼마나 만들지 정하는 게 이 집 일인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이 집이 하는 일이 넷이래요.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만드는 데에 맡기고, 어디서 어떻게 팔지 정하고, 그 이름을 알리는 일이요. 바느질은 남의 손이지만 그 앞뒤가 다 이 집 몫이라던데요.
박예슬 그럼 만드는 데는 시키는 대로만 하는 건가요?
거의 그렇대요. 앞에서 화장품 쪽에서 알아본 것처럼, 만드는 쪽은 이름을 내밀지 않는 자리라고 했어요.
여기가 이 업의 결이었어요.
옷은 철이 지나면 잘 안 팔리잖아요. 그래서 남으면 값을 깎아 넘겨야 한대요. 그렇게 되면 애써 판 것에서 남긴 걸 도로 까먹는다던데요.
신미혜 김치를 너무 많이 담그면 결국 버리게 되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러니 덜 만들면 못 팔아서 아쉽고 많이 만들면 남아서 아쉽다고요. 앞에서 농기계 회사가 조용한 철에 만들어 두는 만큼 남을 위험도 진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여기는 철이 더 짧아서 그게 더 세대요.
이건 저도 처음 들었어요. 자기 이름만 파는 게 아니래요.
밖에서 이미 알려진 이름을 빌려 와서 우리 쪽에서 만들어 파는 방식이 있다던데요. 그러면 그 이름 값을 따로 치르고요. 앞에서 회사 이름 뒤에 홀딩스가 붙은 집이 이름을 빌려주고 삯을 받는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그 반대편에 서는 셈이래요.
마지막에 하나 더 들었어요. 어디서 파느냐가 살림에 그대로 걸린대요.
백화점에 들어가면 팔린 만큼 그 집에 몫을 떼어 주잖아요. 앞에서 백화점이 자리를 빌려주고 몫을 받는다는 걸 알아봤는데, 이 집들은 그 몫을 내는 쪽이었어요. 자기 매장을 따로 여는 쪽과 견줘 어디가 나은지는 집집마다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F&F나 한섬 같은 이름을 들었어요. 다만 어느 집이 어디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만드는 데 없이 이름으로 파는 쪽이 있다는 것, 무엇을 얼마나 만들지 정하는 게 이 집 일이라는 것, 남으면 깎아 넘겨야 해서 그게 제일 무섭다는 것, 남의 이름을 빌려 파는 자리도 있다는 것, 그리고 어디서 파느냐가 살림에 걸린다는 것.
어느 집이 나은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이제 옷 회사 얘기가 나오면 하나는 물어봐요. 이름을 가진 쪽이래요, 만들어 주는 쪽이래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을 붙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