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부모 얘기를 하다가 멈추더라고. 그 얘기는 아직 못 꺼냈다고만 하고 다른 얘기로 넘어갔어.
무슨 얘기인지는 안 물어봤어. 다들 아는 그 얘기잖아.
단골 말로는 그 얘기를 꺼내는 게 제일 어렵대. 괜히 불길하다고 여기고.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인물들이 나중 얘기를 꽤 담담하게 해.
길 떠나기 전에 남기고 가는 장면이 그냥 나와. 이걸 누구한테 전해달라, 내가 안 돌아오면 이건 저 사람 거다, 사문에 이렇게 알려라.
미리 말해두는 게 예의였어. 안 말하고 가는 게 오히려 무책임한 걸로 그려져.
왜 그렇게 됐냐면 사정이 있어. 무림인은 길에서 지내잖아.
오늘 나가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어. 그러면 남은 사람이 곤란해지지. 저 사람 물건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저 사람이 하던 일은 누가 이어받나.
세 번째가 크지. 신세 지는 게 인연의 시작이라고 내가 전에 말했잖아. 빚을 남기고 사라지면 그게 남은 사람한테 넘어가거든.
여기가 핵심이야. 무림인이 미리 말한 건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야.
남은 사람이 헤매지 않게 하려는 거지. 정해두면 그때 가서 아무도 안 다퉈. 오대세가가 안에서 싸우는 얘기가 왜 그렇게 많냐면, 정해두지 않은 자리에서 다들 다투기 때문이잖아.
정해두는 게 불길한 게 아니라 뒤에 남을 사람한테 하는 일인 거야.
한쪽으로만 몰지는 않을게. 무협에도 이걸 못 하는 인물이 나와.
말하는 순간 진짜가 될 것 같아서, 아니면 상대가 걱정할까 봐. 그러다 갑자기 사라져서 남은 사람이 몇 년을 헤매는 전개. 이게 이 장르에서 제일 오래 남는 슬픔이야.
그러니까 무림인이 다 담담했던 것도 아니야. 담담하게 해두는 게 낫다는 걸 여러 번 겪고 알게 된 거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대단하게 안 해도 돼.
무협에서도 정식으로 뭘 남기는 장면은 드물어. 대개는 지나가듯 한마디야. 이건 네가 가져라, 저 사람한테 이 말만 전해라. 짧게 하고 넘어가.
무림 사죄 얘기할 때도 말했지만 길게 말하려니까 못 꺼내는 거야. 짧게 하면 꺼낼 수 있어.
뭐가 걸리는지 말해봐. 여기서 한 번 소리 내보면 좀 달라져. 나한테 하는 셈 치고 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