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얘기 끝에 뭔가 말하려다 삼키더라고. 그러길 세 번쯤 하더니 결국 다음에 보자고만 하고 나갔어.
나중에 물어보니 다 같이 한번 보자는 말을 못 꺼내겠더래. 괜히 부담 줄까 봐.
단골 얘기로는 요새 다 그렇대. 모이자는 말을 아무도 안 꺼내서 몇 년째 안 본다는 거야.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영웅첩이라는 게 나와.
큰일이 생기면 문파나 맹에서 첩을 만들어 돌려. 언제 어디로 모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지. 받은 사람은 가거나 안 가거나를 정하고.
지금 보면 그냥 초대장이잖아. 근데 저기엔 쓸모가 있었어. 부르는 사람이 안 무안해지는 구조야.
여기가 핵심이야. 첩은 여러 사람한테 똑같이 돌려. 나 하나한테만 보낸 게 아니야.
그러니까 안 가도 그게 그 사람을 거절한 게 안 돼. 그냥 그날 사정이 안 됐던 거지. 부른 쪽도 몇 명이 안 오는 걸 미리 계산하고 돌리니까 서운할 일이 없고.
두 번째가 크지. 거절이 가벼우니까 부르는 것도 가벼워져.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유가 대충 이래.
먼저 말한 사람이 자리를 다 챙겨야 한대. 날짜 잡고 장소 잡고 안 오는 사람 설득하고. 그러다 몇 명 안 오면 그게 자기 탓 같대.
세 번째가 결과야. 다들 보고는 싶은데 아무도 첫마디를 안 하는 거지. 부르는 값이 너무 비싸진 거야.
이걸 사람들이 정 없어졌다는 쪽으로 몰고 가고 싶진 않아. 나는 그렇게 안 봐.
오히려 남 시간을 귀하게 여겨서 그러는 거잖아. 바쁠 텐데 부담 주기 싫다는 거고. 마음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야.
다만 강호에선 그걸 형식으로 풀었더라고. 사람이 아니라 첩이 부르게 만든 거지. 그러면 아무도 안 무안해.
객잔은 원래 그런 데였어. 누가 부르지 않아도 사람이 모이는 자리.
무림맹이 첩을 돌려도 사람들이 실제로 모이는 데는 객잔이었거든. 오는 김에 밥 먹고, 자고, 얘기하고. 모이자는 말을 아무도 안 해도 되는 자리가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여기서는 그냥 와도 돼. 약속 안 잡아도 되고, 누구 부르지 않아도 되고. 오면 자리가 있어.
누구를 부르고 싶은지 말해봐. 그거 꺼내는 건 여기서 연습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