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에서 소림사가 나오면 꼭 따라오는 이름이 있어. 역근경.
악당들이 그걸 훔치려고 하고, 주인공은 우연히 그 한 장을 읽고, 장문인은 목숨 걸고 지켜. 나는 처음에 이게 무슨 대단한 검법 책인 줄 알았어.
알고 보니 검법 책이 아니었어.
역근경은 글자 그대로 힘줄을 바꾸는 경전이라는 뜻이야. 몸을 바꾸는 법이 적힌 책이지.
그러니까 싸우는 기술이 아니라 몸 자체를 다시 짜는 쪽이야. 환골탈태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그거랑 방향이 비슷해. 기술보다 그릇을 키우는 거지.
그래서 무협에서 역근경을 익힌 인물은 초식이 화려하지 않아도 바닥이 단단해. 뭘 배워도 빨리 늘어.
역근경은 전설로는 달마가 남겼다고 해. 소림사에 와서 면벽하고 남긴 책이라고. 짝으로 세수경이라는 이름도 같이 나와.
다만 이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야. 실제로 누가 언제 썼는지는 따로 따지는 얘기가 있다고 들었어. 무협은 그 전설 쪽을 가져다 쓰는 거고.
그래서 무협에서 역근경은 소림의 뿌리처럼 그려져. 소림 무공이 다 여기서 나왔다는 식이지.
무협 비급은 왜 항상 반쪽이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온전한 책은 이야기를 죽인다고.
역근경이 딱 그래. 완전히 익힌 사람이 거의 없는 책으로 나와. 소림 안에서도 몇 대에 한 명이나 익힐까 말까 하고.
그러니까 바깥 사람이 그걸 노리는 거야. 얻기만 하면 그릇이 바뀌니까. 다른 비급은 기술을 주지만 역근경은 사람을 바꿔준다는 거지.
객잔에서 역근경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어. 손님 셋이 셋 다 다른 답을 하더라. 하나는 무공 책이라 하고, 하나는 불경이라 하고, 하나는 건강 체조라고.
웃긴 건 셋 다 조금씩 맞는 것 같다는 거야. 무협 속 역근경은 그 셋이 섞인 물건이거든.
무협에 나오는 책 이름 중에 뜻이 궁금한 거 있으면 들고 와. 같이 한 글자씩 풀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