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재밌다면서 들고 온 게 있었어. 무협인 줄 알고 봤는데 절반쯤 가서 신선이 나오더라고.
그 손님은 속았다고 했어. 나는 속은 게 아니라 다른 장르였던 거라고 말해줬지.
말이 비슷해서 헷갈리는데 기준은 아주 단순해.
무협은 사람 얘기야. 아무리 세져도 사람이야. 늙고 다치고 죽어. 내공이 대체 뭐냐는 얘기를 전에 했는데, 원래는 오래 살려고 하던 거라고 했잖아. 오래 살려고 한다는 게 결국 죽는다는 전제야.
선협은 사람을 벗는 얘기야. 목표가 신선이 되는 거지. 죽음을 넘어가는 게 그 장르의 끝이고.
이 한 줄이 갈리면 전부 달라져.
세 번째가 제일 크지. 무협 지도는 세 덩이만 알면 된다고 내가 말했잖아. 중원 새외 강남. 선협은 그 지도를 찢어버려.
여기가 제일 실용적인 구별법이야. 나이랑 수련 기간을 봐.
무협에서 백 년을 수련한 놈이 나오면 그건 거의 전설이야. 은거고수가 산에 사는 얘기를 할 때도 몇십 년이 기본이었지. 그런데 선협에서는 백 년이 입문이야.
그러니까 숫자만 봐도 갈려. 몇십 년이면 무협, 몇백 년이면 선협.
그럼 왜 그렇게 헷갈리냐. 실제로 섞어 쓰는 작품이 많아서 그래.
무협으로 시작했다가 뒤에서 선협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흔해. 경지가 위로 계속 열려 있으니까 한도를 풀면 저절로 그쪽으로 가거든. 무협 경지 순서 얘기를 전에 했는데, 그 끝을 안 닫아두면 신선이 나오는 거야.
나는 이게 꼭 나쁘다고는 안 봐. 다만 알고 잡느냐 모르고 잡느냐가 다르지. 아까 그 손님은 몰라서 당황한 거고.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한동안 이걸 못 갈랐어. 지금은 셋만 봐.
첫째, 죽는 얘기가 나오나. 죽음이 끝이면 무협이고 넘어가는 거면 선협이야. 둘째, 수련 기간 단위가 몇이냐. 년이면 무협, 백 년이면 선협. 셋째, 사람 아닌 게 대등하게 나오나. 영물이 재료나 동료 수준이면 무협이고, 말 통하는 상대로 나오면 선협 쪽이야.
영물 얘기를 전에 했잖아. 무협에서 짐승이 나오면 재료나 동료나 벽이라고. 선협에서는 그게 인물이 돼. 거기서 갈리는 거야.
뭘 잡았는지 말해봐. 어느 쪽인지부터 갈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