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무협인 줄 알고 잡았는데 절반쯤 가서 임금이 나오더래. 그래서 접었다고 하더라고.
재미없어서가 아니야. 기대한 게 아니어서 그런 거지. 이 차이를 한 번 갈라보자.
강호에 나라는 왜 안 끼어드냐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무림이 법 밖에 있다고.
그게 이 둘을 가르는 선이야.
사극은 권력이 중심이야. 누가 임금이 되느냐, 누가 벼슬을 얻느냐, 어느 집안이 이기느냐. 이기려면 제도 안에서 올라가야 해.
무협은 제도 밖이야. 이기는 게 벼슬을 얻는 게 아니라 무공이 세지는 거지. 관이 나오면 대개 방해물이거나 배경일 뿐이야.
이 한 줄이 갈리면 전부 달라져.
두 번째가 큰 차이야. 무협 판타지 차이를 어제 얘기할 때 무협은 몸에 쌓는다고 했잖아. 사극은 그게 아니야. 몸이 아니라 자리를 얻는 얘기지.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사극에 아주 센 무사가 나와도 임금을 못 이겨.
왜냐면 제도가 이기니까. 한 사람이 세도 군대가 있고 법이 있고 명분이 있어. 그래서 사극의 싸움은 칼로 안 끝나. 끝은 대개 조정에서 나지.
무협은 반대야. 무림맹이 무능하고 관이 안 끼어드니까 결국 제일 센 놈이 이겨. 그게 이 장르의 약속이야. 협이 정의로운 게 아니라 갚는 거라는 것도 판결할 데가 없어서 그런 거고.
그럼 왜 헷갈리냐. 섞은 게 많아서 그래.
무협인데 황실이 나오거나, 사극인데 무림이 한쪽에 있거나. 요새는 그 경계가 꽤 흐려졌어.
나는 섞는 게 나쁘다고는 안 봐. 다만 읽는 쪽이 뭘 기대하고 잡았는지가 어긋나면 그게 접히는 이유가 돼. 아까 그 손님이 그랬고. 재미가 없었던 게 아니라 약속이 달랐던 거지.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처음엔 옷차림으로 갈랐어. 그건 안 되더라.
지금은 한 줄만 봐. 주인공이 이기려면 뭘 해야 하나. 수련하면 되면 무협이고, 누굴 설득하거나 자리를 얻어야 하면 사극이야. 선협이랑 판타지를 갈랐던 것도 같은 방식이잖아. 세지는 방법을 보면 장르가 나와.
뭘 잡았는지 말해봐. 어느 쪽인지 갈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