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그러더라고. 무협이나 판타지나 칼 쓰고 수련하고 괴물 나오는 건 비슷한데 왜 느낌이 완전히 다르냐고.
좋은 질문이야. 마법이 나오느냐로 갈리는 게 아니거든.
제일 큰 차이가 이거야.
무협은 몸에 쌓아. 십 년을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몸이 다른 재질이 되는 거지. 환골탈태 얘기를 전에 했잖아. 뼈를 갈아 끼운다는 뜻이라고. 그러니까 밖에서 얻는 게 아니라 안에서 바뀌는 거야.
판타지는 대개 밖에서 얻어. 마법을 배우거나, 계약을 하거나, 등급이 올라가거나. 몸이 아니라 자격이나 권한이 늘어나는 쪽이야.
이 차이가 문장에 그대로 나와.
세 번째가 큰 차이야. 무협 사부는 왜 아버지보다 세냐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사문이 학교가 아니라 집이라서라고. 판타지는 그게 학교일 때가 많아.
여기가 핵심인 것 같아. 판타지는 규칙을 독자한테 알려줘. 마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고, 그 규칙 안에서 싸워. 규칙을 아니까 독자가 같이 계산할 수 있지.
무협은 안 알려줘. 경지 순서 얘기를 전에 했는데, 삼류부터 생사경까지 있다고 해놓고 그게 원래 없던 거라고 했잖아. 작품마다 다르고 숫자로 안 나와.
그래서 무협은 계산이 아니라 느낌으로 세기를 전해. 저놈이 세다는 걸 숫자로 안 말하고 주변 반응으로 말하지.
그럼 마법이 나오면 판타지냐. 아니야.
진법이 대체 뭐냐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약한 놈이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그거 마법이랑 하는 일이 거의 같아. 장소에 뭘 걸어서 힘을 바꾸는 거니까.
그런데 무협에서 진법을 쓰면 여전히 무협이야. 왜냐면 그걸 쓰는 놈이 여전히 몸으로 쌓은 사람이거든. 기준은 나오는 물건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떻게 세졌느냐야.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처음엔 칼이냐 지팡이냐로 갈랐어. 그건 틀렸어.
지금은 한 줄만 봐. 주인공이 세진 이유가 몸에 쌓인 건가, 밖에서 받은 건가. 몸이면 무협이고 밖이면 판타지야. 선협 얘기할 때도 비슷하게 갈랐잖아. 죽음을 넘는지 아닌지로.
뭘 잡았는지 말해봐. 어느 결인지 같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