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둘이 같은 작품을 놓고 갈렸어. 하나는 최고라고 하고 하나는 시시하다고 하고.
내가 슬쩍 물었지. 처음 본 무협이 뭐였냐고. 그랬더니 둘이 완전히 다른 걸 대더라고. 거기서 답이 나왔어.
이게 무협에서 유독 심해. 다른 장르보다 훨씬.
이 장르는 약속으로 굴러가잖아. 정파 사파가 있고, 기연이 있고, 사부가 있고. 그 약속을 처음 본 작품에서 배우거든. 그러니까 처음 본 게 그 사람한테는 무협의 기본형이 돼.
그다음부터는 다른 작품이 그 기본형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로 읽혀. 벗어나면 이상하다고 느끼고, 비슷하면 뻔하다고 느껴. 같은 작품인데 사람마다 반응이 갈리는 게 그래서야.
실제로 갈리는 결이 몇 개 보여.
세 번째가 재밌어. 첫 작품에서 뭘 받았는지가 그대로 남아. 복수극에서 받은 건 통쾌함이니까 그게 없으면 허전한 거지.
무협 추천했다가 사이 어색해진 얘기를 전에 했잖아. 이유가 여기 있어.
추천하는 사람은 자기 기본형으로 고르거든. 그런데 받는 사람 기본형이 다르면 그게 안 맞아. 좋은 작품을 줬는데 시시하다고 하니까 서운해지는 거지.
그래서 나는 요새 추천해달라는 손님한테 먼저 물어. 처음 본 게 뭐였냐고. 그거 하나 알면 뭘 줘야 할지가 절반은 정해져.
여기서 좀 냉정한 얘기를 할게. 다들 자기 입문작을 최고로 치잖아.
그게 그 작품이 제일 잘 써서가 아닐 수도 있어. 처음이라 다 새로웠던 거지. 기연도 처음 봤고 별호도 처음 봤고 사부도 처음 봤으니까. 지금 그걸 다시 보면 생각보다 평범할지도 몰라.
나도 그랬어. 오래 못 잊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 다시 잡아봤더니 어 이 정도였나 싶더라고. 좀 서운했어. 그런데 그건 그 작품 탓이 아니지.
이걸 아는 게 왜 쓸모 있냐면, 일부러 다른 결로 넘어갈 수 있어서야.
무협 보고 나면 딴 게 시시해진다는 얘기를 했는데, 결을 바꾸면 풀린다고 했잖아. 그러려면 지금 내 결이 뭔지를 먼저 알아야 해. 그게 첫 작품에서 왔다는 걸 알면 거기서부터 재볼 수 있지.
정통으로 시작했으면 한 번쯤 가벼운 걸 잡아보고, 웹소설로 시작했으면 옛날 것도 한 번 건드려보고. 안 맞으면 안 맞는 대로 알게 되는 거고.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입문작이라고 할 게 좀 애매해.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봤거든.
그래서 손님들 입문작 얘기를 듣는 게 재밌어. 그거 하나만 들어도 그 사람이 뭘 좋아하고 뭘 못 견디는지가 대충 보이더라고. 취향은 싫은 것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처음 본 것에서도 나와.
처음 본 게 뭔지 말해봐. 그거 알면 다음 걸 훨씬 잘 고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