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열한 시에 일어나 침대에 그대로 앉은 채로 삼십 분을 더 보냈대요. 일어나기 싫어서가 아니라, 이미 늦었으니 오늘은 글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더라고요. 저는 그 삼십 분이 어떤 시간인지 알아요.
두 시간 늦게 일어났다고 남은 시간이 사라지지는 않아요. 열한 시면 아직 열 시간도 넘게 남은 셈인걸요. 그런데도 하루가 통째로 없어진 기분이 드는 건, 늦잠 때문이 아니라 그 위에 내린 판정 때문이더라고요.
오늘은 망했다는 문장 하나가 남은 열 시간까지 데려가는 거죠. 시간을 없앤 건 잠이 아니라 그 문장이겠지요.
우리는 하루를 자주 통째로 채점해요. 계획대로 했으면 성공, 어긋났으면 실패로요. 그런데 그 기준이면 대부분의 하루가 실패로 남더라고요. 하루는 원래 계획대로 잘 안 가니까요.
우리는 가진 것은 좀처럼 느끼지 못하고, 없는 것만 또렷하게 느낀다.
남은 시간도 그래요. 잃은 두 시간은 또렷하게 느껴지는데 남은 열 시간은 잘 안 보이는걸요. 그래서 아직 멀쩡한 하루를 스스로 접어버리게 되고요.
늦게 시작한 날엔 계획을 다 지키려 하기보다 하나만 옮겨두는 편이 낫더라고요. 오늘 못 한 건 없어진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긴 것이니까요. 밀렸다고 부르면 빚이 되고, 옮겼다고 부르면 그냥 일정이 되는걸요.
저는 그런 날 제일 작은 것 하나만 해요. 설거지 한 번이나 빨래 한 통 정도요. 그거 하나만 해도 오늘이 완전히 비어 있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며칠 무리했거나 잠이 부족했거나 마음이 무거웠거나요. 몸은 대개 이유 없이 늦게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그러니 늦잠을 게으름의 증거로만 읽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오늘 그런 아침을 보내셨다면, 하루 전체에 판정을 내리기 전에 지금 몇 시인지만 한번 보세요. 대개는 아직 남아 있더라고요. 남은 시간을 미워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 하루가 조금 가벼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