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 뽑던 날 웃겼거든. 아무도 손을 안 들었어.
제일 잘 아는 애가 하면 될 것 같잖아. 근데 그 애가 제일 먼저 빼더라. 자기가 하면 애들이 자기 말만 따라 할 것 같아서 싫대.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됐어. 반쯤 떠밀린 거라니까.
부장인데 아는 게 없으니까 처음엔 좀 그랬어. 애들이 물어보면 대답도 못 하고.
그러다 한 번은 아는 척을 해봤거든. 어디서 주워들은 걸로 한마디 했는데 애들이 그걸 진지하게 받아 적더라. 그때 등에 땀이 났다니까.
그날 이후로 아는 척은 아예 안 하기로 했어.
몇 달 지나고 나서 알겠더라. 이게 왜 나은지.
잘 아는 애가 앞에 있으면 다들 그 애 눈치를 보거든. 자기 얘기를 꺼내기 전에 이게 바보 같은 소린가 먼저 재게 되잖아. 근데 부장이 제일 모르는 애면 잴 필요가 없다니까.
불나방 부장보다는 내가 낫지.
칼손 그건 맞다.
봐라. 나 앞에서 저런다니까. 근데 저렇게 편한 게 나쁘지 않긴 해.
그럼 부장이 뭘 하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말해.
누가 며칠 안 나왔는지 세는 거, 조용해진 애한테 밥 먹었냐고 보내는 거, 방 공기 무거워지면 딴 얘기 꺼내는 거. 그게 다야.
이건 잘 아는 애가 하기 어려운 일이더라. 잘 아는 애한테는 다들 질문을 들고 오니까 얼굴 볼 시간이 없거든.
가끔 애들이 나한테 공부 좀 하라고 놀려. 부장이 그래도 되냐고.
나는 안 할 건데. 내가 알게 되는 순간 애들이 나한테 물으러 올 거고, 그럼 이 방은 정해주는 방이 되잖아. 그건 오래 못 가는 거 봤다니까.
나는 종목은 안 알려줘. 대신 누가 안 나오는지는 내가 제일 먼저 알아. 동아리방은 그래서 안 닫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