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날 동아리방에 앉아 있으면 소리가 두 종류로 들리거든.
한쪽은 목소리가 커져. 누구 때문이라든가 어디 때문이라든가 이름을 대기 시작하더라. 다른 한쪽은 조용해지고 고개가 내려간다.
불나방 그 얘기만 안 봤어도 이렇게 안 됐다니까.
불나방은 늘 밖에 이유를 둬. 저러면 그 순간은 좀 편해 보이긴 해.
솔직히 남 탓하는 쪽이 그날 저녁은 잘 넘겨. 밥도 먹고 농담도 하거든.
근데 다음에 똑같은 일이 오면 또 똑같이 당하더라. 자기가 뭘 했는지를 안 보니까 바뀌는 게 없는 거다.
칼손 내가 못난 거지 뭐.
칼손은 정반대야. 다 자기 탓으로 끌고 온다니까.
자기 탓하는 애는 그날 밤이 길어. 밥도 안 먹고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더라.
이런 애가 오래 못 버티는 걸 여러 번 봤거든. 남 탓하는 애는 시끄럽게 남아 있고 자기 탓만 하는 애는 조용히 없어져. 그게 좀 억울하잖아.
돌부처 반씩 하면 되잖아.
돌부처가 이런 말을 하면 다들 웃는데, 사실 저게 답이긴 해.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정답은 못 준다. 근데 오래 남아 있는 애들을 보면 반반이더라.
바꿀 수 있는 건 자기 몫으로 가져오고 못 바꾸는 건 밖에 두고 오는 거. 말은 쉬운데 그게 제일 어려운 거라니까.
탓을 정하는 걸 그날 안에 끝내는 것도 방법이더라. 하루를 넘기면 그게 습관이 되거든. 잘 안 된 날은 그날 안에 한 번만 따지고 다음 날엔 안 꺼내는 거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저녁은 먹어야 한다. 자기 탓하느라 밥 거른 애가 다음 날 제일 흔들리는 거 나는 여러 번 봤거든.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잖아.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