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편성 끝나고 나면 다들 조용해지거든. 서로 눈치만 보는 삼 분쯤이 있어.
그러다 한 명이 종이를 끌어당기더라. 그러면 그때부터 그 애가 총대다.
웃긴 게 그 애는 동아리방에서도 똑같아. 회비 걷는 것도 그 애고 문 잠그는 것도 그 애거든.
성격이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야. 아무도 안 하면 일이 안 굴러가는 걸 못 견디는 애인 거다. 그게 좋은 성격이라기보단 불편한 성격에 가깝다니까.
문제는 이 애가 제일 빨리 지치더라. 남들은 안 해도 되는 걸 혼자 다 이고 있으니까.
지치는 게 티도 안 나. 그런 애는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하거든.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돼. 그때 되면 다들 왜 저러냐고 하는데, 그 전에 신호가 여러 번 있었잖아.
내가 부장 되고 나서 배운 건 그거다. 총대 메는 애한테 고맙다고 말하는 애가 거의 없더라.
다들 당연한 줄 알아. 원래 쟤가 하는 거니까. 근데 당연한 게 어디 있냐.
한 번은 내가 그 애한테 대놓고 고맙다고 했거든. 그 애가 갑자기 말이 많아지는 걸 봤다니까. 그동안 아무도 안 해준 말이었던 거야.
지금은 일부러 돌린다. 회비 걷는 건 이번 달엔 다른 애, 문 잠그는 건 그다음 애.
빠릿빠릿한 맛은 좀 떨어지긴 해. 근데 한 명이 다 이고 가다가 그 애가 없어지는 것보단 훨씬 낫잖아.
그리고 총대 메는 애한테는 일을 덜어주는 것보다 옆에 한 명 붙여주는 게 낫더라. 혼자 하는 게 힘든 게 아니라 혼자인 게 힘든 거거든. 둘이 하면 같은 일인데도 덜 지치더라니까.
총대 메는 애가 오래 남아 있는 방이 좋은 방이더라. 나는 그거 하나는 확실히 알겠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