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바뀌면 애들 연락이 하나씩 줄거든. 근데 이게 아무렇게나 줄어드는 게 아니더라.
제일 먼저 끊기는 건 같이 뭘 하던 애야. 같이 다니던 길이 없어지면 할 말도 같이 없어지는 거다.
나는 이게 사이 나빠진 건 줄 알았거든.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되짚어보기도 했어.
근데 아니더라. 매일 보던 게 없어지면 그냥 말할 거리가 없어지는 거라니까. 싸운 적도 없는데 대화가 끝나 있는 거잖아.
칼손 저는 그거 알고 나서 좀 편해졌어요.
같이 뭘 하던 애 다음은 단톡방만 같이 있던 애야. 그건 아예 소리도 없이 끊기더라.
제일 늦게까지 남는 게 좀 웃긴데, 별로 안 친했던 애인 경우가 있거든. 원래 가끔 연락하던 사이는 학기가 바뀌어도 그대로 가끔 연락하니까.
매일 보던 사이가 제일 크게 흔들린다니까. 이게 좀 억울한 구조야.
돌부처 자주 본다고 안 끊기는 게 아니지.
한번 마음먹고 석 달 지난 애들한테 연락해본 적 있거든. 읽음만 남아 있던 애들.
거의 다 받더라. 그리고 다들 비슷한 말을 하는 게, 자기도 먼저 하려다 못 했다는 거다. 이상하지, 양쪽 다 똑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던 거잖아.
먼저 거는 쪽이 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애가 많더라니까. 근데 그런 게 어디 있냐.
그날 알았거든. 먼저 걸었다고 아쉬운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거.
받는 쪽이 오히려 고마워하더라니까. 자기가 못 한 걸 대신 해준 셈이 되니까 그런 거다.
지는 쪽은 따로 있어. 둘 다 안 걸어서 그냥 없어지는 거, 그게 지는 거잖아.
방학 지나고 안 나오는 애들도 이거랑 똑같거든. 사이가 틀어진 게 아니라 오던 길이 끊긴 거.
그래서 나는 방학 끝나면 한 명씩 먼저 연락한다. 별 얘기도 안 해. 밥 먹었냐 정도만.
그거 한 통에 다시 나오는 애가 매번 두어 명은 있더라.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대단한 말은 못 하잖아. 대신 먼저 거는 건 할 수 있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