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풀린 애가 오늘 내가 산다고 하는 날이 있거든. 좋은 말인데 방이 이상하게 조용해지더라.
처음엔 왜 그러는지 몰랐어. 나는 다들 좋아할 줄 알았거든.
얻어먹으면 그 애가 잘 됐다는 걸 인정하고 들어가는 거잖아. 밥 한 끼가 그냥 밥이 아닌 거다.
그날 안 좋았던 애는 그 밥을 먹으면서 자기 하루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니까.
칼손 저는 그런 날 그냥 집에 가요.
칼손이 저렇게 빠지는 날이 진짜 있어. 배가 안 고파서가 아니거든.
사겠다고 한 애도 마음이 복잡하더라. 좋아서 사는 건데 자랑처럼 될까 봐 미리 걱정하는 거다.
그래서 사겠다고 말할 때 목소리가 이상하게 작아지잖아. 그거 보면 안다니까.
지금은 규칙이 하나 있거든. 밥은 잘 된 애가 사는 게 아니라 그 주에 생일인 애가 사는 걸로 정했어.
아니면 그냥 돌아가면서 산다. 순서가 미리 정해져 있으면 그날 누가 어땠는지랑 상관이 없어지더라.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방 공기가 확 달라졌다니까.
돌부처 정해놓으면 편하지.
근데 진짜로 사주고 싶은 날이 있긴 해. 그럴 땐 다 같이 말고 한 명한테만 조용히 사더라.
여럿 앞에서 사면 그건 방 전체 얘기가 되고, 한 명한테 사면 그냥 둘 얘기가 되잖아. 이건 애들이 알아서 배운 거다.
반대로 방 전체가 안 좋은 날은 아무도 사겠다는 말을 안 하거든. 그런 날은 그냥 각자 계산하고 흩어지더라.
그것도 나쁘지 않다니까. 억지로 뭘 하려고 하면 그날은 더 이상해지잖아.
그런 날은 밥을 안 먹고 헤어지는 것도 방법이더라. 다음 날 또 오면 되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누가 잘 됐는지도 잘 몰라. 근데 밥이 밥이 아니게 되는 순간은 알겠더라.
그래서 우리 방은 순서대로 산다. 오늘 누가 어땠는지랑 상관없이.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잖아.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