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서 계좌 얘기가 시작되면 처음엔 다들 열심히 떠들거든. 근데 십오 분쯤 지나면 공기가 무거워져.
그러면 꼭 누가 이래. 야, 밥 뭐 먹냐?
나는 한동안 저게 도망인 줄 알았어.
한창 심각한 얘기 하는데 밥 얘기로 끊어버리는 게 성의 없어 보이잖아. 한 번은 짜증도 났다니까. 지금 그 얘기가 아니잖아, 이러면서.
근데 몇 달 보니까 아니더라.
밥 얘기가 나오기 직전에 뭐가 있는지 알아냈어.
누가 의자를 뒤로 한 뼘쯤 빼. 아주 조금. 등받이가 벽에 닿을락 말락 하게. 그 소리가 나고 나서 삼 초쯤 뒤에 밥 얘기가 나온다니까.
의자를 뺀 애는 대부분 그날 제일 안 좋았던 애야.
불나방 나 배고픈데 진짜로.
칼손 아까부터 배고팠으면서 왜 참았냐.
돌부처 국밥.
돌부처는 이런 데서만 말이 빨라. 아무튼 저 셋이 저러고 나면 방 공기가 바뀐다.
밥 먹자는 말은 이 얘기 그만하자는 뜻이 아니거든. 여기서 더 파면 누구 하나 다치니까 자리를 옮기자는 뜻이야. 앉은 채로는 못 하는 말이 걸어가면서는 나오기도 하고.
부장이 되고 나서 생긴 버릇인데, 나는 이제 그 타이밍을 센다.
십오 분쯤 지났는데 아무도 밥 얘기를 안 꺼내면 내가 꺼내. 배 안 고파도 꺼내. 그럼 누가 못 이기는 척 일어난다.
한 번은 그걸 안 하고 그냥 뒀거든. 그날 애 하나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나갔어. 그 뒤로는 무조건 센다니까.
나는 종목을 모르는 애라서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 절반도 못 알아들어. 근데 공기가 무거워지는 건 알겠더라.
밥 먹자는 말은 그만하자는 말이 아니라 같이 나가자는 말이거든. 오늘 누가 그 말을 꺼내면 못 이기는 척 일어나 줘라.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