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 애들은 각자 오는 시간이 있어. 정한 것도 아닌데 몇 달 보면 다 외워진다니까.
돌부처는 제일 먼저 와서 창문 열어놓고, 칼손은 수업 끝나고 바로 와. 불나방은 늘 늦게 와서 제일 늦게까지 있고.
한 번은 늘 세 시에 오던 애가 다섯 시에 왔어.
별거 아닌 것 같잖아. 두 시간 늦은 게 뭐 대수냐 싶고. 근데 그 애가 문 앞에서 신발 끈을 다시 묶고 들어오더라.
그거 보고 좀 이상했어. 뛰어온 것도 아니고 끈이 풀린 것도 아니었거든. 들어오기 전에 뭔가 정리하고 들어온 거지.
그 뒤로 몇 번 더 봤어. 규칙이 있더라.
애들은 힘들어지면 바로 안 나오는 게 아니야. 먼저 시간이 바뀌어. 늦게 오거나, 이상하게 일찍 오거나.
늦게 오는 애는 사람이 다 모인 다음에 섞여 들어오려는 거고, 이상하게 일찍 오는 애는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앉아 있고 싶은 거더라. 방향은 반대인데 이유는 같잖아.
칼손 나는 늦게 오는 쪽이야.
돌부처 나는 일찍.
불나방 나는 그냥 항상 늦는데.
불나방은 저래서 신호를 못 읽는다니까. 저 애는 진짜 그냥 늦는 거야.
시간이 바뀐 걸 봐도 나는 안 물어봐.
왜 늦었냐고 물으면 그 애가 변명을 만들어야 하잖아. 변명 만들게 하는 게 제일 미안한 일이거든.
대신 그 주에는 그 애 옆자리를 비워둬. 문에서 가까운 쪽으로. 앉을지 말지는 그 애가 정하는 거고.
제일 반가운 건 시간이 다시 돌아올 때야.
두 주쯤 늦게 오던 애가 어느 날 갑자기 원래 시간에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는 그날 기분이 좋아진다니까.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평소보다 크게 인사해.
그러면 그 애도 안다. 내가 알고 있었다는 걸.
나는 종목도 모르고 애들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애다. 알 방법도 없고.
근데 몇 시에 오는지는 볼 수 있잖아. 그거 하나가 말보다 먼저 오더라.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요 며칠 나가는 시간이 이상하게 바뀌었으면 그거 그냥 넘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