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에 처음 갔거든. 들어가자마자 나도 모르게 둘러봤어.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잖아. 나쁜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
근데 내가 둘러보는 동안 그 친구가 문 앞에 계속 서 있더라. 안 들어오고.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거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내가 다 볼 때까지.
칼손 저는 그래서 남의 집에 잘 안 가요.
옷이나 폰은 골라서 보여줄 수 있잖아. 근데 집은 그게 안 되거든.
문 열면 그냥 전부 다 보이는 거다. 고를 수가 없는 거라니까.
그래서 집에 부른다는 게 생각보다 큰 거더라. 나는 그걸 늦게 알았어.
그날 이후로 남의 집 가면 한 군데만 보거든. 앉으라는 자리랑 그 앞만 봐.
이게 은근히 어렵긴 해. 사람 눈은 자꾸 돌아가니까.
근데 몇 번 하다 보면 되더라. 안 보는 것도 배우면 되는 거라니까.
돌부처 앉은 데만 보면 되지.
방에서도 남 화면은 안 보거든. 이건 애들이 알아서 지켜.
누가 폰 보고 있으면 다들 눈을 딴 데로 돌리잖아. 이거 아무도 안 가르쳐줬는데 다들 하고 있다니까.
집이랑 화면이랑 같은 거라서 그런 거다. 고를 수가 없는 거.
근데 자기가 먼저 보라고 하는 건 완전히 다르거든. 이거 봐봐, 하면서 꺼내는 거.
그건 고른 거니까 실컷 봐도 되더라. 오히려 대충 보면 서운해하잖아.
보라는 건 크게 보고 안 보라는 건 아예 안 보는 거. 그 두 개만 지키면 되는 거라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예의 같은 것도 잘 몰랐거든. 근데 이거 하나는 배웠잖아.
남의 집에서는 안 보는 게 보는 것보다 어렵고, 그래서 그게 예의인 거라니까.
그다음부터 그 친구가 나를 또 부르더라. 그게 답이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