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조카한테 들었다면서 이 얘기를 꺼냈어요.
강미연 이더리움을 쓰는데 딴 데서 하면 얹는 값이 훨씬 적대요. 레이어2라던데요.
저는 이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딴 데서 하면 그건 이더리움이 아닌 거잖아요. 같은 건데 다른 데라는 게 무슨 말인가요. 그것부터 물었어요.
앞서 미혜 언니가 이더리움에 왜 값을 얹어 내는지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그때 나온 얘기가 여기서 다시 나왔어요.
한 건을 적을 때마다 여러 곳이 같이 확인하고 넘어간대요. 그래서 튼튼한 대신 느리고, 자리가 좁으니까 얹어 내는 값이 커진다는 거였어요. 여기까지는 저도 알아들었어요.
신미혜 등기소 같은 거예요. 확인을 많이 하니까 믿을 만한데 그만큼 오래 걸리는 셈이죠.
그렇대요. 잔일을 아래층에서 한 건씩 적지 않고, 위에 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서 거기서 몰아 처리한다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결과만 묶어 아래층에 한 번 적는다고 하더라고요.
미혜 언니가 외상장부하고 통장을 나란히 놓더니 하루치를 저녁에 한 번 옮겨 적는 시늉을 했어요.
신미혜 동네 가게 외상장부인 거예요. 손님마다 은행에 다녀오지 않고 하루치를 모아 저녁에 한 번 옮기는 셈이죠.
그러니까 한 건씩 낼 값을 여럿이 나눠 내는 모양이잖아요. 그래서 한 건당 몫이 작아진다는 얘기였어요. 저는 여기서 되물었어요. 그럼 그 위층은 누가 지키는 건가요?
이 대목이 제일 궁금했어요. 아래층이 안 보는 사이에 위층에서 장부를 고쳐 적으면 어떻게 되나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들었어요. 하나는 일단 올려놓고 잘못됐다고 누가 들고 오면 되돌리는 쪽이래요. 그러려면 이의를 받는 기간을 둬야 하고요.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제대로 했다는 증거를 같이 붙여 올리는 쪽이라고 했어요.
강미연 그래서 돈을 다시 아래로 빼는 데 걸리는 시간이 서로 다르대요.
그러면 편한 대신 기다리거나, 안 기다리는 대신 만드는 쪽이 더 품을 들이거나 둘 중 하나인 거잖아요. 공짜는 없다는 말이 여기서도 똑같이 나오는데요.
제가 마지막으로 물은 게 이거예요. 위층을 굴리는 사람들이 손을 놓으면 거기 있던 건 어떻게 되나요.
기록이 아래층에 남아 있으면 거기서 꺼낼 길이 있다는 게 요점이래요. 다만 어디까지 그렇게 해 뒀는지는 곳마다 다르다고 했어요. 아비트럼이니 베이스니 하는 이름들이 다 그런 위층이라는데, 만든 방식이 저마다 달라서 한데 묶어 말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지갑이 뭔지 알아본 날에 나온 물음이 여기서도 그대로 쓰였어요. 지금 그 열쇠는 누가 들고 있나요. 층이 하나 늘면 그 물음도 한 번 더 해야 하는 거잖아요.
정리하면 이래요. 아래층은 느리고 튼튼하고 얹는 값이 크고, 위층은 잔일을 몰아 처리해서 한 건당 몫을 줄여요. 대신 위층을 어떻게 믿을지가 새로 생기고, 그걸 푸는 방식이 곳마다 달라요.
어느 쪽으로 하라는 말은 저는 안 해요.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니잖아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넘어가요. 저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