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가족 모임에서 들었다면서 이 얘기를 꺼냈어요.
강미연 조카가 코인은 지갑에 옮겨 둬야 안심이라고 하더라고요. 거래소에 두면 그건 내 게 아니라던데요.
저는 그 말이 제일 이상했어요. 내 계정에 들어 있는데 왜 내 게 아닌가요. 그리고 지갑이면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다는 건가요.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데요, 하고 물었어요.
영상에서는 지갑 안에 코인이 들어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더 헷갈려서 다시 물었어요. 그럼 뭐가 들어 있는 건가요?
신미혜 통장이 아니라 도장 보관함 같은 거예요. 돈은 장부에 적혀 있고, 지갑에는 그걸 움직일 도장이 들어 있는 셈이죠.
기록은 다 같이 보는 장부에 적혀 있고, 지갑이 들고 있는 건 그 기록을 움직일 수 있는 열쇠라는 얘기였어요. 그러니까 지갑을 옮긴다는 말은 돈을 옮긴다기보다 열쇠를 옮긴다는 쪽에 가깝다는 거잖아요. 열쇠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여러 단어를 이어 붙인 문장 하나를 받아 적어 두는 식이라고 들었어요. 그 문장을 잃어버리면 되찾을 방법이 없다고 하고요.
여기서 제일 궁금한 걸 물었어요. 그럼 거래소에 그냥 두면 열쇠는 누가 들고 있는 건가요?
강미연 거래소가 들고 있대요. 우리는 그 회사 장부에 내 몫이 얼마라고 적혀 있는 거고요.
그러니까 은행에 돈을 맡긴 것과 비슷한 모양인데, 대신 문제가 생겼을 때 기댈 데가 다르다는 말이었어요. 회사가 출금을 막거나 사고가 나면 내가 직접 꺼낼 방법이 없다고요. 반대로 내가 열쇠를 들고 있으면 아무도 막을 수 없지만, 잃어버려도 아무도 되돌려 주지 못한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제가 되물은 게 이거예요. 그러면 편한 대신 남을 믿는 쪽이고, 안 믿는 대신 내가 다 책임지는 쪽인 거 아닌가요?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정리하면 이래요. 지갑은 돈이 든 주머니가 아니라 열쇠를 두는 자리예요. 거래소에 두면 열쇠는 그 회사가 들고 내 몫은 장부에 적혀 있고요. 내가 지갑을 쓰면 열쇠도 내가 들고 책임도 내가 져요. 어느 쪽이든 대신 내주는 사람은 없다는 게 두 쪽의 공통점이었어요.
어느 쪽으로 하라는 말은 저는 안 해요. 그건 각자 사정이잖아요. 다만 이 얘기가 나오면 이제 하나는 물어봐요. 지금 그 열쇠는 누가 들고 있나요. 오늘 알아낸 건 그 물음이에요.
신미혜 열쇠를 남이 들고 있으면 그 집은 잠시 빌린 거예요. 편한 건 편한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