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들었다면서 이 얘기를 꺼냈어요.
강미연 나라에서 디지털로 된 돈을 만들어 본다더라고요. 시험을 해 보는 중이래요.
저는 이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오늘도 폰으로 돈을 보냈잖아요. 종이로 만진 적이 없는데요. 그럼 그건 이미 디지털인 거 아닌가요. 뭘 또 만든다는 건데요.
알아보니 여기가 갈리는 자리였어요.
미혜 언니가 지폐 한 장하고 통장을 식탁에 나란히 놓더니 이 둘은 다른 물건이라고 두 번 말했어요.
신미혜 지폐는 그 자체가 돈인 거예요. 통장에 찍힌 건 은행이 나한테 내주기로 한 걸 적어둔 셈이죠.
그러니까 제가 폰으로 보낸 건 은행 장부에서 숫자를 옮긴 거잖아요. 나라가 직접 내주는 디지털 돈이라는 건 그게 아니라, 지폐를 손에 쥔 쪽을 화면 안으로 옮긴 거라는 얘기였어요. 은행이 사이에 없다는 게 다른 점인데요.
이게 제일 궁금했어요. 화면 안에 있고 주고받을 수 있으면 코인이랑 뭐가 다른 건가요.
앞서 비트코인에 왜 주인이 없는지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정하는 데가 없어서 장부를 여럿이 나눠 들고 서로 확인한다는 얘기요. 그게 이 물건에서는 통째로 필요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강미연 나라가 정하니까 나눠 들 이유가 없대요.
그러면 이건 코인이라기보다 나라가 쓰는 장부에 가까운 거잖아요. 제가 그렇게 되물었더니 그렇다고 했어요. 생긴 게 닮았다고 같은 물건은 아닌 거예요. 값을 다른 것에 맞춰 둔 코인을 알아본 날에도 비슷했어요. 그건 회사가 맞춰 두는 거고 이건 나라가 직접 내주는 거라 기대는 데가 다른 건데요.
들은 걸 옮기면 셋이었어요.
하나는 현금을 쥐고 다니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거래요. 그러면 은행을 안 거치고도 쓸 수 있는 게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어요. 또 하나는 나라 밖으로 보낼 때 손을 여러 번 타서 오래 걸린다는 거고요.
마지막 하나가 저는 제일 새로웠어요. 어디에만 쓰라고 묶어 둘 수 있다는 거예요.
신미혜 학원비 봉투랑 같은 거예요. 그 봉투에 든 건 딴 데 못 쓰게 해 두는 셈이죠.
있다고 했어요. 저도 그게 바로 걸렸고요.
지갑에서 꺼내 쓴 지폐는 어디에 썼는지 아무 데도 안 남잖아요. 그런데 이건 다 남는다는 거예요. 누가 어디에 썼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걸 어디까지 남길지, 누가 볼 수 있게 할지를 두고 나라마다 말이 오간다고 들었어요. 시험만 해 보고 접은 데도 있고 계속하는 데도 있대요. 어디까지 갈지,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통장에 찍힌 숫자는 돈이 아니라 받을 권리라는 것, 나라가 직접 내주는 디지털 돈은 지폐 쪽에 가깝다는 것, 정하는 데가 있으니 장부를 여럿이 나눠 들 이유가 없다는 것. 오늘 알아낸 건 이만큼이에요.
어느 쪽이 좋다는 말은 저는 안 해요.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니잖아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넘어가요. 저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