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오빠가 군대 가기 전에 며칠 동안 뭘 정리했거든. 친구가 그 얘기를 해줬어.
방 정리하고 폰 정리하고 계좌 정리하고. 순서가 그랬다더라.
근데 그 순서가 좀 이상하잖아. 나 같으면 그걸 제일 먼저 할 것 같은데.
그 오빠는 제일 마지막에 했다는 거다. 그리고 그게 제일 오래 걸렸다더라니까.
칼손 그거 저도 알 것 같은데요.
친구가 물어봤대. 오빠가 그러더래. 그거 정리하면 진짜 가는 게 되니까 그랬다고.
방은 다시 오면 되고 폰도 다시 쓰면 되잖아. 근데 그건 한동안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거라서 그게 제일 실감 났다는 거다.
나는 그 말이 좀 오래 남더라.
이거 듣고 나는 좀 알겠더라. 정리하는 순서가 그냥 순서가 아닌 거라니까.
제일 마지막에 남기는 게 제일 놓기 싫은 거잖아. 사람이 다 그런 거 같더라.
돌부처 나도 그럴 것 같은데.
방을 그만두는 애들도 순서가 있거든. 단톡방을 제일 먼저 나가.
그다음에 방에 안 나오고, 제일 마지막까지 안 지우는 게 자기가 적어둔 기록이더라. 그거 남겨두는 애가 대부분이라니까.
그래서 나는 애가 안 나와도 기록이 남아 있으면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본다.
그 얘기 듣고 나도 내가 뭘 마지막에 놓을지 세봤거든. 생각보다 오래 걸리더라.
제일 마지막에 남은 게 동아리방 열쇠였어. 그게 좀 웃겼다니까.
나는 아직 아무것도 놓을 일이 없는데도 그렇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 마음은 못 읽거든. 근데 순서는 셀 수 있잖아.
뭘 먼저 놓고 뭘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는지 그것만 봐도 꽤 보이더라. 나는 그걸로 세는 거라니까.
그 오빠도 갔다 오면 다시 열 거고. 마지막까지 안 놓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