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나도 그냥 괜찮냐고 물었거든.
근데 몇 번 하다 보니까 이상하더라. 물어보면 애들이 반 박자 있다가 대답을 해. 그리고 대답은 늘 괜찮다야.
반 박자가 걸린다는 건 생각을 했다는 거잖아. 진짜 괜찮으면 생각을 왜 하냐.
문제는 그 질문이 대답을 정해놓고 있다는 거였어.
괜찮냐고 물으면 안 괜찮다고 말하는 게 되게 어려워져. 안 괜찮다고 하면 그다음에 설명을 해야 하고, 설명할 준비가 안 된 애는 그냥 괜찮다고 하고 넘어간다니까.
그러면 나는 물어봤다는 기분만 챙기고 그 애는 아무것도 못 받은 거지.
우리 방은 이제 다르게 물어.
밥 먹었냐. 몇 시에 잤냐. 오늘 몇 시에 나왔냐.
이런 거. 마음을 안 묻고 몸을 물어보는 거지.
이건 대답이 정해져 있지 않거든. 안 먹었다고 하면 그냥 사실이고, 안 먹었다는 말이 이미 안 괜찮다는 말이잖아. 그 애가 안 괜찮다고 직접 말 안 해도 되는 거고.
칼손 나는 그거 물어보면 진짜 대답해.
불나방 나도 밥 얘기는 하지.
돌부처 안 먹었어.
돌부처가 저 한마디를 하면 다들 일어난다니까. 그게 우리 방 신호야.
순서도 있어.
밥부터 묻고, 잠을 묻고, 그다음에 몇 시에 나왔냐를 물어. 세 개 다 안 좋으면 그날은 그 애를 안 보내.
집에 보내면 혼자 있게 되잖아. 세 개가 다 무너진 애를 혼자 두면 안 되더라.
마음은 제일 마지막에 물어. 아니면 아예 안 묻고.
그 애가 먼저 말을 꺼내면 그때 듣는 거지. 안 꺼내면 밥만 먹이고 보내는 거고. 그것도 한 건 한 거잖아.
나는 종목도 모르고 애들 사정도 모르는 애다. 알아도 뭘 못 하고.
근데 밥 먹었냐는 물어볼 수 있잖아. 그거 하나 물어보는 게 괜찮냐고 열 번 묻는 것보다 낫더라.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오늘 누구한테 물어볼 게 있으면 밥부터 물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