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코인 송금 주소 얘기를 알아봤잖아요. 글자와 숫자가 길게 이어져서 손으로 옮겨 적으면 안 된다고요.
이웃 언니가 그러는데 그 긴 주소에 짧은 이름을 붙여 쓰는 방식이 있대요.
박예슬 이름을 쓰면 그 이름이 주소를 대신하는 건가요?
신미혜 전화번호부에 이름으로 저장해 두는 것과 같은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그 이름과 긴 주소를 짝지어서 장부에 적어 둔다던데요. 그러면 보낼 때 이름만 넣어도 앱이 그 짝을 찾아 주소로 바꿔 준대요.
앞에서 코인 장부는 열려 있어서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그러니 그 짝도 누구나 볼 수 있는 거래요. 전화번호부가 마을 한가운데 펼쳐져 있는 셈이라고요.
그리고 그 이름은 한 번 정해 두면 끝이 아니라 기간마다 다시 이어 둬야 한다더라고요. 안 그러면 놓여 나서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 있대요.
여기가 이 얘기의 조심할 자리였어요.
이름이 가리키는 주소를 그 이름 주인이 바꿀 수 있다던데요. 오늘까지 이 자리를 가리키던 이름이 내일은 다른 자리를 가리킬 수 있다는 거예요.
박예슬 그럼 이름만 보고 보내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렇대요. 그리고 한 글자만 다르게 비슷한 이름을 미리 만들어 두고 헷갈리기를 기다리는 수법도 있다고 했어요. 앞에서 지갑 연결 창에 뜨는 글이 어렵게 적혀 있는 게 노림수라는 걸 알아봤잖아요. 결이 같더라고요.
이건 저도 생각 못 했어요.
앞에서 코인은 익명이 아니라 이름표만 없는 것이라고 알아봤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이름을 붙여 두면 그 이름이 곧 이름표가 되는 거래요. 사람들이 그 이름을 알게 되면 그 자리에서 오간 게 다 읽힌다는 거고요.
신미혜 편지 봉투에 이름을 써 붙이는 것과 같은 셈이죠.
그래서 드러내고 받을 자리와 조용히 둘 자리를 나눠 쓰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어요. 다만 어느 쪽이 나은지는 저희가 밖에서 말하기 어렵대요.
긴 주소에 짧은 이름을 붙여 쓴다는 것, 그 짝이 장부에 적혀 누구나 볼 수 있다는 것, 기간마다 다시 이어 둬야 한다는 것, 이름이 가리키는 자리를 주인이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름을 붙이면 오간 게 그 이름으로 읽힌다는 것.
저는 이제 이름으로 보낸다는 말을 들으면 하나는 물어봐요. 그 이름이 지금 어디를 가리키는지 보셨대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을 붙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