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사 오신 원두를 드립으로 내리셨다가 이게 아닌데요, 하시던 손님이 계셨어요.
베트남은 로부스타를 아주 많이 길러요. 우리가 카페에서 흔히 마시는 아라비카랑 다른 품종이죠.
로부스타는 쓴맛이 세고 카페인이 많아요. 향은 단순한 편이고 바디가 아주 묵직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산미 있는 커피랑은 처음부터 다른 자리에 있어요.
그 결을 그대로 살리려고 만든 방식이 연유 커피예요. 쓴맛이 세니까 아주 단 연유가 필요했던 거고요.
이게 손님들이 제일 많이 놓치시는 부분이더라고요.
여행에서 마신 그 맛은 원두만의 맛이 아니에요. 진하게 뽑은 로부스타에 연유를 더한 조합이 그 맛이거든요. 원두만 사 오셔서 드립으로 내리시면 그냥 쓴 커피가 돼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려요. 원두를 사 오셨으면 연유도 같이 준비하시라고요.
현지에서 쓰는 작은 금속 필터가 있어요. 위에 원두를 담고 물을 부으면 아주 천천히 방울방울 떨어지죠.
시간이 오래 걸려요. 오 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게 오래 잠겨 있으니 아주 진하게 나와요. 드립으로 삼 분 만에 내린 것과는 농도가 아예 달라요.
같은 원두인데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죠.
도구가 없으셔도 방법이 있어요.
모카포트가 있으시면 그게 제일 가까워요. 진하게 뽑히니까요. 프렌치프레스로도 되는데 굵기를 곱게 하시고 시간을 조금 늘리시면 돼요.
그리고 잔 바닥에 연유를 먼저 깔고 그 위에 진한 커피를 부으세요. 얼음은 마지막에요. 순서를 바꾸면 연유가 안 풀려서 마지막 한 모금만 달아져요.
여행에서 마신 커피가 집에서 안 나오는 건 원두 탓이 아니라 도구랑 순서 탓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값이 싸다는 이유로 낮춰 보시는 분이 계세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쓴맛이 세고 크레마가 잘 서서 에스프레소 배합에 일부러 넣기도 해요. 우유에 안 묻히는 것도 장점이고요. 쓰임이 다른 거지 등급이 낮은 게 아니에요.
여행에서 사 온 원두가 집에서 다른 맛이면 말씀해주세요. 대개 도구 문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