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엔 방이 꽉 차거든. 앉을 자리가 없어서 바닥에 앉는 날도 있어.
근데 방학하면 딱 넷 남더라. 매번 그래. 그리고 그 넷이 거의 안 바뀐다니까.
방학 때 가보면 이미 시원해. 누가 먼저 와서 켜놓은 거지.
그게 늘 같은 애야. 나보다 삼십 분씩 일찍 와서 켜놓고 앉아 있어. 왜 그렇게 일찍 오냐고 물어보니까 집에 있으면 딴생각만 난대.
칼손 여기 오면 딴 얘기라도 하니까.
신기한 게, 방학 때는 방에서 그 얘기를 별로 안 해.
학기 중엔 다들 쉬는 시간에 몰려와서 그 얘기만 하고 가거든. 근데 방학엔 시간이 남아도니까 오히려 딴 얘기를 더 하더라. 밥 뭐 먹을지, 저녁에 뭐 할지 이런 거.
불나방 심심해서 나오는 거지 뭐.
돌부처 나는 여기가 조용해서 와.
돌부처가 저 말 하니까 다들 웃었어. 여기가 조용한 방은 아닌데.
몇 번 겪고 나서 알겠더라. 이 넷이 그 방을 만드는 애들이라는 걸.
학기 중에 오는 스무 명은 필요할 때 오는 거잖아. 궁금한 게 있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오고, 아니면 안 오고. 그건 나쁜 게 아니야. 나도 그럴 때 있으니까.
근데 아무 일 없어도 나오는 애가 넷쯤 있어야 그 방이 안 없어지더라. 학기 중에 오는 애들이 문 열었을 때 누가 앉아 있어야 하니까.
방학이라고 문 닫으면 편하긴 하겠지. 넷 나오자고 여는 게 효율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근데 안 닫는다니까. 학기 시작하고 오랜만에 온 애가 문 열었을 때 아무도 없으면 그 애가 다시 안 오거든. 그거 한 번 겪어봤어.
나는 계산도 못 하고 아는 것도 없는 애야. 대신 문 여는 건 할 수 있잖아. 방학이든가 학기든가 상관없이 동아리방은 안 닫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