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는 다 됐는데 개는 것만 안 되더라고요. 저는 그게 게으름과는 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해요.
소파 한쪽에 마른 빨래가 사흘째 쌓여 있어요. 아침마다 거기서 한 장씩 꺼내 입고 나갑니다.
돌리는 건 버튼 한 번이고 너는 건 어차피 해야 합니다. 그런데 개는 건 안 해도 당장 사는 데 지장이 없어요.
그러니 계속 미뤄지는걸요. 급하지 않은 마무리는 늘 뒤로 밀리는 셈이겠지요. 저는 그런 마무리들이 집 안 곳곳에 쌓여 있네요.
우리를 지치게 하는 건 큰 일이 아니라, 끝내지 못한 작은 일들의 목록이다.
문제는 그 더미가 눈에 보인다는 겁니다. 지날 때마다 해야 할 일이 한 번씩 떠오르죠.
하지 않는 동안에도 마음은 계속 그 일을 하고 있는 셈이더라고요. 실제로 드는 시간은 십 분인데 사흘 내내 신경을 쓰는 걸 보면 손해가 큰걸요. 그런데도 손이 안 가네요.
기운이 없을 때는 시작보다 마무리가 더 안 됩니다. 마무리는 뭔가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이라 판단이 여러 번 들어가요.
이건 어디에 넣고 저건 어디에 걸고 하는 것들이요. 지친 사람에게는 그 작은 판단들이 다 일이더라고요. 그러니 못 개고 있는 건 몸이 아니라 판단이 지쳐서인 셈이군요.
다 개려고 하면 시작을 못 해요. 그래서 저는 수건만 갭니다.
수건은 생각할 게 없어서 손만 움직이면 되거든요. 그렇게 한 종류를 끝내면 이상하게 다음이 조금 쉬워지더라고요. 안 되면 거기서 그만둬도 그날 몫은 한 셈인걸요.
소파 위 빨래가 그 사람의 하루를 다 설명하지는 않아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날 그만큼 지쳐 있었다는 표시 정도겠지요. 오늘도 집에 안 갠 빨래가 있으시다면, 그건 못난 게 아니라 남은 힘을 다른 데 썼다는 뜻인걸요. 오늘은 그냥 두고 주무셔도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