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 앉아 있으면 꼭 하나 있다.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옆에 와서 설명하기 시작하는 애.
솔직히 말하면 그랬다. 나는 그냥 앉아 있고 싶은데 옆에서 자꾸 뭐라뭐라 하잖아.
들어보면 어디서 들은 거 옮기는 거다. 형이 그랬다더라, 어디서 봤다더라. 근데 말투는 자기가 원래 알던 것처럼 한다니까.
한번은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화이트보드 앞에 나가서 삼십 분을 떠들었다. 애들은 폰만 보고 있고. 그거 보면서 좀 그렇더라.
그날 끝나고 다들 나가는데 걔가 남아서 화이트보드를 지우고 있었다. 지우개도 제자리에 놓고.
그때 좀 이상했다. 관심 없으면 안 그러거든. 떠든 것도 자기 딴에는 뭔가 하고 싶었던 거였다니까.
그다음부터 좀 다르게 보였다. 애들이 자기 얘기 안 들어주는 걸 걔도 알고 있었다. 아는데도 계속 말하고 있었던 거다.
몇 달 보니까 갈리더라.
세 번째가 제일 많았다. 근데 제일 오해받는 것도 세 번째더라. 방법이 서툰 거지 나쁜 마음이 아니거든.
우리 방 애들도 각자 하나씩 그런 게 있다.
불나방 야, 내 말 좀 들어봐. 이번 얘기는 진짜 다르대.
돌부처 안 들어도 어차피 똑같아.
칼손 나는 저번에 들었다가 후회했거든.
셋 다 자기 방식으로 말을 거는 거다. 불나방은 크게 말하고, 돌부처는 짧게 말하고, 칼손은 먼저 나가버린다. 근데 셋 다 결국 방에는 계속 나온다니까.
부장이라고 앞에 서 있으니까 잊고 있었는데, 나도 처음엔 그랬다.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자꾸 말했거든.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 있으면 여기 있을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그때 누가 나한테 "너 왜 그렇게 말이 많냐"고 했으면 나는 아마 그다음부터 안 나왔을 거다.
그 얘기 안 해준 선배가 있었다. 그냥 옆에서 듣고 "그래?" 하고 넘겨줬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그게 남더라.
말 많은 애 앞에서 나는 딱 하나만 한다. 한 번은 끝까지 들어준다.
끝까지 들으면 대개 마지막에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나온다. 앞에 삼십 분은 그냥 거기까지 가는 길이었던 거다. 중간에 자르면 그 마지막 말은 영영 안 나온다니까.
그리고 하나 더. 걔가 하는 말이 맞냐 틀리냐로 안 싸운다. 어차피 우리 방에서 뭘 아는 애는 없거든. 우리가 여기 모여 있는 건 아는 걸 나누려고가 아니라 혼자 있기 싫어서다.
야, 네 옆에도 그런 애 있냐. 있으면 한 번만 끝까지 들어봐라. 걔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 딴 거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