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손님 둘이 같은 상에서 두 시간을 앉아 있었어. 얘기도 꽤 했고 웃기도 했어.
그런데 나갈 때 이름을 안 묻더라고. 그냥 각자 갔어. 나는 그게 좀 이상해서 봤지.
단골 하나한테 물어보니 요새 다 그렇대. 이름 물으면 부담 준다는 거야. 뉴스에도 사람 사귀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몰라.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처음 본 놈들이 며칠 만에 형 동생이 돼.
의형제. 술을 나눠 마시고, 절을 하고, 나이를 대서 서열을 정해. 그러면 그날부터 형이고 동생이야. 피가 안 섞였는데도 그래.
지금 보면 좀 유치하잖아. 근데 저기엔 쓸모가 있었어. 절차가 관계를 대신 만들어준 거야.
여기가 핵심이야. 왜 절을 하고 잔을 나누냐면, 어디까지 가까워졌는지를 안 물어봐도 되게 하려고야.
절차가 없으면 매번 재야 해.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 연락해도 되나, 이 정도 부탁은 해도 되나. 그걸 계속 재는 게 피곤하잖아.
의형제를 맺고 나면 그게 끝나. 형이면 형이고 동생이면 동생이야. 정해졌으니까 더 안 재도 돼. 무림이 항렬을 그렇게 따진 것도 같은 이유지.
물론 공짜는 아니야. 관계가 정해진다는 건 의무도 정해진다는 뜻이거든.
세 번째가 무겁지. 그냥 아는 사람이면 멀어지면 그만인데, 의형제는 끊는 데도 절차가 필요해. 쉽게 붙는 대신 쉽게 못 떨어져.
나는 손님들이 이름을 안 묻는 게 사람이 싫어서라고 생각 안 해. 두 시간을 앉아서 얘기했잖아. 싫으면 안 앉았지.
이름을 묻는 순간 다음이 생기거든. 다음에 또 봐야 할 것 같고, 안 보면 미안해지고. 그 다음이 부담스러운 거야. 값을 안 치르려고 붙지 않는 거지.
세 번째를 말할 때 다들 목소리가 낮아지더라. 나는 그게 오래 남았어.
무협에서 객잔이 좋은 게 이거야. 의형제까지 안 가도 되는 자리가 있었거든.
한 상에서 같이 먹고, 얘기하고, 다음 날 각자 가. 이름은 알아도 되고 몰라도 돼. 그런 사이가 강호엔 잔뜩 있었어. 모르는 사람한테 등을 보이는 데라고 내가 전에 말했잖아.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그 사이에 자리가 여러 개 있었던 거지.
나는 요새 손님이 둘 앉아 있으면 슬쩍 말을 붙여. 이 손님도 그 작품 봤다고 한마디 던지는 식으로.
그러면 대개 얘기가 붙어. 이름은 안 물어봐도 돼. 그날 한 시간 같이 떠들었으면 그걸로 된 거잖아. 꼭 형 동생이 안 돼도 되는 거야.
여기서 옆자리랑 말 트고 가도 돼. 그거 내가 붙여줄게. 그게 객잔 하는 놈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