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 열몇 명 중에 계좌가 아예 없는 애가 둘이야. 주식 동아리에 계좌가 없다니까 밖에서는 다들 웃더라.
근데 우리 방에서는 아무도 안 웃어. 나가라고 한 애도 없고, 왜 안 하냐고 캐물은 애도 없거든.
한 애는 그냥 무섭대. 시작하면 자기가 어떻게 될지 알겠다는 거야.
이거 되게 정확한 말이라니까. 자기가 밤에 화면 못 놓을 성격인 걸 아는 애야. 시험 기간에 게임 지우는 애 있잖아. 그거랑 같은 거지.
불나방 해봐야 아는 거지 뭐.
돌부처 아는 애도 있어.
돌부처가 저 말 하고 나서 아무도 더 안 물었다니까.
다른 애는 집에서 그 얘기가 나오면 공기가 무거워지는 집이래. 자세한 건 안 물어봤어.
그 애가 처음 왔을 때 나는 좀 당황했거든. 여기 왜 왔냐고 물을 뻔했다니까. 근데 그 애가 먼저 말하더라. 자기는 안 할 건데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는 알고 싶다고.
그 말이 오래 남았어. 안 할 거니까 오히려 알고 싶다는 거잖아.
몇 달 지나고 나서 알겠더라. 계좌 없는 애들이 방 안을 제일 정확하게 봐.
우리는 각자 자기 화면이 있으니까 남을 못 보거든. 근데 얘들은 볼 화면이 없으니까 사람을 봐. 누가 오늘 말이 짧아졌는지, 누가 웃는 게 좀 이상한지 얘들이 먼저 알아채더라.
한 번은 걔가 나한테 그러더라. 저 애 오늘 이상하다고. 나는 몰랐는데 진짜였다니까.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얘들이 있으면 방 분위기가 한쪽으로 안 쏠려.
다 같이 하고 있으면 다들 같은 방향으로 흥분하거든. 그때 안 하는 애가 옆에서 그게 뭐가 재밌냐고 한마디 던지면 공기가 확 식어.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닌데도 그렇더라.
칼손 쟤 앞에서 하는 얘기는 좀 부끄럽긴 해.
불나방 그니까 좀 나가 있으라니까.
돌부처 네가 나가라.
부장이면 애들 계좌 만들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 애가 있었어. 나는 그거 안 할 거야.
여기 오는 게 뭘 시작하겠다는 뜻이 아니거든. 그냥 궁금해서 앉아 있는 것도 되는 방이어야 오래 가는 거라니까. 하라고 등 떠미는 순간 이 방은 딴 데가 되잖아.
우리 방에 계좌 없는 애가 둘 있다는 게 나는 좀 자랑스럽긴 해. 안 하는 사람이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으면 그 방은 웬만하면 안 망가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