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열쇠는 원래 하나였어. 부장이 갖고 다니는 거 하나.
내가 물려받았을 때도 하나였고. 지금은 세 개다.
첫 번째 복사본은 새벽 때문에 만들었어.
시험 기간에 밤에 방을 쓰고 싶다는 애가 있었거든. 근데 나한테 열쇠를 받으려면 나를 불러내야 하잖아. 그거 몇 번 하다가 미안해서 안 부르게 되더라.
그래서 하나 만들어 줬어. 부르지 말고 그냥 쓰라고.
두 번째는 좀 달랐어.
한동안 방에 안 나오는 애가 있었거든. 애들 있을 때 오기가 부담스러웠던 거지. 그래서 아무도 없을 때 잠깐 왔다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
그 애한테는 아무 말 없이 그냥 하나 쥐여줬어. 왜 주는지도 설명 안 했고.
불나방 그거 나한테는 왜 안 줬냐?
칼손 너는 방에서 안 나가잖아.
돌부처 나도 없어.
돌부처는 있는데 없다고 하는 거야. 저러는 게 웃긴다니까.
세 번째는 내 생각으로 만들었어.
부장이 열쇠를 다 쥐고 있으면 부장이 못 오는 날 방이 안 열리잖아. 내가 아파도 방은 열려 있어야 하는 거지.
그래서 하나를 더 만들어서 서랍에 넣어놨어. 누구 거라고 안 정하고 그냥 넣어뒀다니까. 필요한 사람이 꺼내 쓰라고.
세 개에 다 다른 색 고리를 끼워놨는데 누구 건지는 안 적었어.
적으면 그때부터 그게 그 사람 거가 되잖아. 그러면 돌려주기가 어려워지고, 안 쓰게 돼도 계속 들고 있게 되고.
그냥 색만 다르게 해뒀어. 누가 뭘 갖고 있는지는 나도 정확히는 몰라.
나는 종목도 모르고 사람 보는 눈도 별로 없는 애다. 여러 번 틀렸고.
근데 열쇠를 하나 더 만들 때마다 그건 그 사람을 믿기로 했다는 뜻이더라. 그거는 확실해.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누가 너한테 열쇠를 하나 줬으면 그거 그냥 준 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