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방에 온 애 얼굴을 보고 나는 알았거든. 뭘 물어보러 온 게 아니라 이미 정하고 온 얼굴이었어.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십 분 있다가 나가더라. 그게 더 확실한 신호였다니까.
나는 아무 말도 안 했거든. 진짜로 못 한 거야.
나는 뭘 모르는 애잖아. 뭘 안다고 말리냐, 이 생각이 먼저 들더라.
불나방 그럴 땐 그냥 붙잡아야죠.
말리려면 내가 뭘 알아야 되는 것 같았거든. 근데 나는 아는 게 없잖아.
아는 것도 없이 말리면 그건 그냥 참견인 거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니까.
돌부처 몰라도 걱정은 할 수 있는데.
돌부처가 나중에 저 말을 했는데 그게 좀 오래 남더라.
말리는 거랑 걱정하는 건 다른 거더라. 뭘 하라 마라 하는 게 아니라 너 오늘 좀 이상하다고 말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잖아.
그건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닌 거라니까. 나는 그걸 구분을 못 했던 거다.
그 애가 다음 날 방에 왔거든. 나는 그날은 아무것도 안 물어보고 그냥 옆에 앉았어.
한참 있다가 그 애가 먼저 말하더라. 어제 얘기를.
말릴 수 있었을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근데 옆에 앉은 건 확실히 도움이 됐다니까.
지금은 방에 오는 애들한테 미리 말해두거든. 내가 뭐라고 하면 그건 말리는 게 아니라 걱정이라고.
미리 말해두면 나중에 그 말이 잔소리로 안 들리더라. 이건 해보고 알았다니까.
말릴 자격은 아직도 없어. 근데 걱정할 자격은 아무한테나 있는 거잖아.
나는 아직도 그날 생각을 하거든. 뭐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거.
근데 후회로만 남기지는 않으려고 한다. 대신 그다음부터는 이상해 보이는 애한테 오늘 좀 이상하다고 말은 하잖아.
그거 하나는 자격 없어도 할 수 있는 말이라니까.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