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의자가 여섯 개거든. 근데 우리는 늘 다섯 개만 쓴다.
창가 쪽 세 번째 의자. 그 자리만 늘 비어 있어. 누가 정한 것도 아니고 규칙도 아닌데 다들 그냥 피해서 앉더라.
그 의자 등받이에 스티커를 떼어낸 자국이 남아 있어. 네모나게 하얗게 뜬 자리.
예전에 방을 쓰던 선배가 붙여놨던 거래. 그 선배는 졸업하기 전에 스티커만 떼고 갔고, 자국은 그대로 남았다.
칼손 저거 물티슈로 닦으면 지워질걸.
돌부처 놔둬.
돌부처가 저 정도로 말하면 진짜 놔두라는 거다. 그래서 아무도 안 닦았어.
부장인데 무서울 게 뭐가 있냐. 하루는 그냥 거기 앉아봤어.
앉아보니까 알겠더라. 그 자리는 문에서 제일 멀고 창문에서 제일 가까워. 방 전체가 다 보이는데 정작 들어오는 사람은 나를 제일 늦게 본다니까.
숨기 좋은 자리인 거지. 잘 안 풀린 날 앉기 딱 좋은 자리.
그날 저녁에 애가 하나 들어왔어. 나를 보더니 잠깐 멈추더라.
내가 비켜주니까 아무 말 없이 거기 앉더라니까. 그러고 한 시간을 그냥 있다가 갔어. 나한테 말 안 걸고, 나도 안 물어봤고.
그때 알았어. 우리가 그 자리를 안 쓰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 몫으로 남겨두고 있었던 거다.
동아리방에 자리가 여섯 개면 다섯 개는 떠드는 자리고 하나는 안 떠들어도 되는 자리여야 하거든.
그 자리에 앉은 애한테는 오늘 어땠냐고 안 묻는 게 우리 방 규칙이야. 규칙이라고 써 붙인 적은 없지만 다들 지킨다.
나는 종목은 하나도 모르지만 이건 알겠더라. 사람은 말할 자리보다 말 안 해도 되는 자리가 더 급할 때가 있잖아.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오늘 그 자리가 필요했으면 앉아 있다 가라.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