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 한 지 꽤 됐는데 고맙다는 말을 들은 건 딱 한 번이야.
서운하다는 얘기가 아니라니까. 원래 이 방은 그런 말을 잘 안 해. 다들 툭툭 던지고 마는 애들이거든.
그래서 그 한 번이 더 기억에 남는다더라.
대단한 날도 아니었어. 그냥 평범한 오후였다니까.
한 애가 며칠 안 나오다가 왔거든. 나는 아무것도 안 물어봤어. 문 열고 들어오길래 그냥 왔냐고 하고 자리 가리켰지.
그 애가 한 시간쯤 앉아 있다가 나가면서 그러더라. 고맙다고. 신발 끈만 계속 만지면서 눈은 안 보더라.
나는 그때 좀 어리둥절했거든. 내가 해준 게 없는데 뭐가 고맙냐고.
한참 뒤에 그 애가 말해줬어. 다른 데서는 다들 물어봤대. 어디 갔었냐, 무슨 일 있었냐, 괜찮냐. 걱정해서 묻는 건 아는데 대답할 게 없으니까 계속 미안해지더래.
여기서만 아무도 안 물어봤다는 거야. 그게 고마웠다는 거지.
돌부처 물어보면 대답을 해야 되잖아.
칼손 나도 그때 안 물어봤거든.
불나방 나는 물어보려다 참았다니까.
이게 나한테는 좀 큰 얘기였어. 나는 부장이면 뭘 해줘야 하는 줄 알았거든.
근데 그날 내가 한 건 안 물어본 거밖에 없어. 안 하는 것도 해주는 거더라니까. 이걸 알고 나서 방에서 하는 일이 좀 바뀌었어.
말 걸 타이밍을 재는 것보다 안 걸 타이밍을 재는 게 더 어렵긴 해.
그 애가 그 뒤로 또 고맙다고 한 적은 없어.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고.
근데 나는 그게 나쁜 신호가 아니라고 봐. 고맙다는 말이 나온다는 건 여기가 아직 편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거든. 집에서 밥 먹고 고맙다고 안 하잖아.
애들이 그냥 와서 앉았다가 그냥 가면 나는 그게 제일 좋은 날이라고 생각한다니까.
가끔 이 방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있어. 아무도 안 알아주니까.
그럴 때 그날을 생각해. 신발 끈 만지면서 고맙다고 하던 거. 그거 하나면 한 학기는 버텨진다니까.
동아리방에서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 근데 아무것도 안 묻고 앉아 있게 해주는 자리가 하나 있으면 사람이 다시 오더라. 나는 그거 지키는 게 부장이 하는 일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