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에 약속마다 십 분씩 먼저 나오는 애가 있거든.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어. 비 오는 날도, 첫차 타야 하는 날도 먼저 와 있다니까.
처음엔 그냥 성격이 그런가 보다 했어.
집이 가까운가 싶어서 물어봤는데 제일 멀더라. 버스 두 번 갈아탄대. 그럼 왜 그렇게 일찍 나오냐?
이유를 나중에 알았어.
그 애는 늘 문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거든. 카페든 밥집이든 무조건 입구 쪽. 처음엔 자리 취향인 줄 알았지.
아니더라. 나중에 오는 애가 문 열고 들어왔을 때 두리번거리지 않게 하려고 그러는 거였어.
혼자 들어와서 아는 얼굴 찾느라 몇 초 서 있는 거, 그거 은근히 싫잖아. 그 몇 초를 없애주려고 십 분을 먼저 나온다니까.
왜 그런 걸 신경 쓰냐고 물어봤어.
전에 다니던 데서 자기가 늘 늦게 도착하는 쪽이었대. 문 열고 들어가면 다들 이미 얘기 중이고, 그 사이에 끼어드는 게 매번 어색했다고.
칼손 나도 그거 싫어서 아예 안 간 적 있어.
돌부처 나는 그냥 늦게 들어가서 끝에 앉아.
불나방 나는 제일 크게 인사하고 들어가는데.
셋이 다 다른 방법을 쓰고 있었더라. 근데 다 같은 걸 불편해하고 있었던 거지.
그 얘기 듣고 나서 나도 좀 일찍 나가게 됐어.
부장이면 먼저 와 있어야 하는 것도 맞고, 늦게 오는 애가 문 열었을 때 눈 마주쳐 주는 게 별거 아닌데 크더라.
먼저 나와 있는 애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거거든. 그거 알고 나면 그 십 분이 안 아까워진다니까.
나는 종목은 하나도 모르는 애라서 방에서 오가는 얘기도 절반은 못 알아들어. 근데 문 쪽을 보고 앉아 있는 건 나도 할 수 있잖아. 부장이 할 수 있는 게 그 정도라도 나는 그거 한다.
오늘 누가 먼저 와서 앉아 있었으면 고맙다고 한마디 해줘라.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