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수업 듣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딴 얘기를 꺼내더라. 그날따라 진도가 빨리 끝났거든.
그러다 장 얘기가 나왔어. 뉴스에서 봤다면서 한마디 한 거다.
나는 뒤에 앉아 있어서 앞이 다 보이거든. 그 말이 나오자마자 고개를 든 애가 넷이었어.
나머지는 그냥 계속 필기만 하더라. 아무 반응이 없었다니까.
고개 든 넷은 아는 애들이 아니야. 집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자란 애들인 거다. 그건 다른 거잖아.
칼손 저희 집은 그 얘기 매일 해요.
수업 끝나고 친구가 그러는데, 고개 든 애 중에 한 명이 복도에서 아는 척을 좀 했대.
그 애가 뭘 안다고 그러는 게 아니라니까. 집에서 들은 말을 그대로 옮긴 거야. 우리 동아리방에서도 매일 보는 거거든.
들은 말을 옮기는 거랑 아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건데, 그게 밖에서 보면 구분이 안 되잖아.
돌부처 옮기는 게 나쁜 건 아니지.
내가 그날 제일 오래 본 건 고개 안 든 애들이거든. 그쪽이 훨씬 많았어.
그게 관심이 없어서인지 몰라서인지는 나도 몰라. 근데 하나는 알겠더라. 그 자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소수가 아니었다는 거.
말 꺼낸 넷이 시끄러우니까 다 아는 것 같아 보이는 거지, 실제로는 반대라니까.
동아리방도 똑같거든. 제일 크게 말하는 애 셋이 방 전체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
근데 문 앞 자리에 앉아서 아무 말 안 하는 애들이 늘 더 많더라. 부장 하면서 그거 세는 게 버릇이 됐다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그날 선생님 말도 못 알아들었어. 근데 못 알아들은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건 그날 알았잖아.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긴 해.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