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무렵이면 창밖이 조금씩 어두워지는데, 그때 사람들 표정도 같이 내려앉는 게 보이네요. 분명 쉬는 날인데 마음은 벌써 내일에 가 있는 그런 얼굴이요. 저도 그 저녁의 무게를 압니다.
주말이 끝나간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가라앉는 경험. 이건 게을러서도, 일이 싫어서만도 아니더라고요. 조금 더 깊은 데서 오는걸요.
우리는 주말을 쉰다고 하지만, 사실 다음 주를 걱정하며 보낼 때가 많더라고요. 몸은 소파에 있어도 마음은 계속 앞을 향해 긴장해 있는 거죠. 그러면 이틀을 보내고도 개운하지 않고, 일요일 저녁엔 그 못 쉰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겠지요.
가라앉는 건 내일이 두려워서라기보다, 제대로 놓아본 적 없는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가까워요. 쉼이 쉼답지 못했으니 끝이 아쉬운걸요.
우리는 오지 않은 불행을 미리 앓느라, 눈앞의 평온을 놓친다.
이 말이 맞더라고요. 일요일 저녁의 무거움은 대개 아직 오지 않은 월요일을 미리 데려온 탓이겠지요. 내일의 걱정을 오늘로 당겨오면, 정작 지금 남은 저녁 몇 시간이 통째로 사라지는 거네요.
막상 월요일이 되면 생각만큼 힘들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정작 무거운 건 월요일 그 자체보다, 일요일 저녁에 그걸 미리 그려보며 키운 두려움이겠지요. 상상 속 내일은 늘 실제보다 어둡게 그려지는걸요. 그러니 그 무게의 절반쯤은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인 셈이네요.
저는 일요일 저녁이 무거울 때, 내일 생각을 잠깐 접고 지금 남은 시간을 봐요. 따뜻한 차 한 잔, 좋아하는 소리, 창을 두드리는 비. 아직 오늘은 끝나지 않았더라고요.
일요일 저녁이 유독 가라앉는다면, 그건 내일이 나빠서가 아니라 오늘을 미리 떠나보내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오지 않은 걱정을 당겨오는 대신, 아직 남아 있는 저녁 몇 시간을 지금으로 되돌려 보세요. 그 잠깐이 한 주의 끝을 조금은 덜 무겁게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