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 구석에 작은 밥그릇이 놓였다가 없어졌다가 합니다. 저는 그 그릇이 몇 번 바뀌는 걸 봤네요.
이름을 적었다가 테이프로 지운 자국이 남아 있어요. 누군가 두고 누군가 치우는 모양입니다.
밥을 주는 이웃은 굶는 걸 보고, 치우는 이웃은 벌레와 냄새를 봅니다. 두 분 다 자기 눈으로 본 것을 말하고 있죠.
한쪽이 악의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게 이 일의 어려운 점인걸요. 같은 자리에서 각자 다른 장면을 보고 있는 셈이군요. 저는 그래서 이런 다툼이 잘 안 끝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은 저마다 자기가 본 것만큼의 세계를 살아간다.
관리실 앞에서 두 분이 얘기하는 걸 잠깐 들었어요. 목소리가 높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릇을 어디에 두느냐로만 얘기가 오가더라고요. 왜 굶는 걸 못 지나치는지, 왜 벌레가 그렇게 힘든지는 서로 안 묻고요. 진짜 얘기는 늘 그 밑에 있는데 꺼내지지 않는걸요.
뉴스에서도 가끔 비슷한 다툼을 다루더라고요. 그런 걸 볼 때마다 저는 화면 속 사람들보다 그 아래 달린 말들이 더 무겁게 느껴졌어요. 멀리서 보면 옳고 그름이 쉬워지는 모양인걸요.
무엇이 옳은지는 제가 말할 자리가 아니에요. 저는 그 골목에 밥을 두지도 치우지도 않는 사람이니까요.
다만 창가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라 비 오는 날 그 화단 쪽을 자주 봅니다. 젖은 채로 앉아 있는 것도 보고, 젖은 사료가 흩어져 있는 것도 봤고요. 둘 다 딱한 장면이라 그중 하나만 고르기가 어렵겠지요.
어제도 그릇이 다시 놓여 있었어요. 아마 또 없어지겠지요.
저는 이 일이 깔끔하게 끝날 거라 보지 않아요. 그래도 서로를 나쁜 사람으로 부르는 데까지는 안 갔으면 하는걸요. 각자 다른 걸 본 사람들끼리 같은 골목에 사는 일은 원래 이렇게 성가시고, 그 성가심을 참는 게 이웃인 것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