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편의점에 야간에 자주 가거든. 카운터 위에 작은 화면이 하나 있어.
거기 늘 뉴스가 나와. 근데 소리는 꺼져 있고 자막만 지나간다니까.
재밌는 건 손님들이야.
계산하다가 화면을 보고 다들 한마디씩 해. 아이고 저거 어떡하냐, 나도 저거 물어봤는데, 저 얘기 우리 아들도 하더라. 이런 식으로.
한 아저씨는 봉투 받으면서 이 분을 서서 얘기하고 가셨어. 사장님은 계속 고개만 끄덕이시고.
몇 달 다니면서 봤는데 사장님은 한 번도 그 얘기를 먼저 안 꺼내시더라.
손님이 물어봐도 그렇죠, 하고 마셔. 화면을 보고 계신 것도 아니야. 물건 정리하면서 등지고 계실 때가 더 많고.
그래서 나는 저분은 관심이 없어서 저러시나 했거든.
하루는 화면이 꺼져 있었어. 고장 났대.
내가 별생각 없이 오늘은 조용하네요, 했더니 사장님이 아까 나온 자막을 그대로 말씀해주시더라. 순서까지 다.
그러니까 하루 종일 보고 계셨던 거지. 한마디도 안 하셨을 뿐이고.
동아리방에 와서 그 얘기를 했어.
불나방 그럼 왜 말을 안 하신대?
칼손 말하면 손님이 또 붙잡을 거 아니냐.
돌부처 나도 안 해.
돌부처가 저래서 다들 웃었는데, 나는 안 웃었어. 돌부처가 제일 오래 보고 있는 애거든.
제일 말 안 하는 애가 제일 오래 보고 있더라. 그게 우리 방에서도 똑같더라니까.
나는 그 뒤로 조용한 사람을 다르게 본다.
말 안 하는 게 관심 없는 게 아니고, 말할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안 하는 거잖아. 계산대 앞에서 이 분씩 서서 얘기하는 사람보다 등지고 물건 정리하는 사람이 더 많이 보고 있을 수 있는 거지.
나는 종목은 모르지만 이건 알겠더라. 조용한 사람한테는 묻지 말고 그냥 옆에 오래 있으면 된다.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오늘 아무 말 안 한 애가 제일 힘들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