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서 전화가 오면 다들 복도로 나가거든. 방이 좁아서 통화 소리가 다 들리잖아.
그건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다들 그렇게 해. 나가는 모습은 거의 똑같아.
근데 들어올 때가 다르더라.
어떤 애는 끊자마자 바로 들어와. 문 열면서 이미 말을 시작하고 있어. 무슨 얘기 하고 있었냐고 물으면서 자리에 앉지.
어떤 애는 한참 있다가 들어와. 통화 소리는 진작 끊겼는데 안 들어와. 복도에 그냥 서 있는 거야.
제일 눈에 들어온 건 그다음이야.
돌아와서 앉기 전에 폰을 책상에 뒤집어 엎어놓는 애가 있거든. 화면이 안 보이게. 그냥 두는 애도 있고.
엎어놓는 애는 그 통화가 좋은 통화가 아니었던 거더라. 다시 울릴까 봐 미리 화면을 안 보이게 해두는 거지.
불나방 나는 그냥 두는데?
칼손 너는 전화 잘 안 오잖아.
돌부처 나는 아예 무음이야.
돌부처가 저러면 아무도 반박을 못 한다니까.
한참 있다가 들어오는 애한테는 아무것도 안 물어봐.
들어오자마자 누구냐고 물으면 그 애가 대답을 만들어야 하잖아. 대답 만들라고 시키는 게 제일 미안한 거거든.
대신 자리에 앉을 때 뭐 하나 밀어줘. 캔이든 과자든. 그러면 그 애가 그거 하나 만지작거리면서 숨을 쉬더라.
나도 복도에서 오래 서 있어 본 적 있어.
끊고 나서 방에 들어가면 얼굴에 다 나올 것 같았거든. 그래서 벽에 기대서 좀 있었어.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들어갔더니 애들이 아무것도 안 물어보더라. 그때 우리 방이 좀 좋아졌어.
나는 종목도 모르고 애들한테 누가 전화하는지도 모르는 애다. 알 방법도 없고.
근데 나갈 때 말고 들어올 때를 보면 그 통화가 어땠는지는 알겠더라. 그 정도는 볼 수 있잖아.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오늘 누가 늦게 들어왔으면 아무것도 묻지 말고 뭐 하나 밀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