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아무 소리도 없으면 집이 너무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뭔가를 계속 틀어둡니다.
화면은 벽 쪽으로 돌려두고 소리만 흘려뒀어요.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네요.
집이 조용하면 생각이 크게 들립니다. 낮에는 묻혀 있던 것들이 그때 올라오죠.
그러니 소리를 켜두는 건 심심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덮으려는 쪽에 가까운걸요. 저는 그걸 꽤 나중에 알았어요. 조용함이 편한 사람도 있고 버거운 사람도 있는 셈이군요.
우리는 고요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고요 속에서는 자기 자신과 마주친다.
음악보다 사람 말소리가 나을 때가 있더라고요. 옆방에서 누가 얘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요.
내용은 중요하지 않아요. 누군가 있는 기척이면 되는걸요. 그래서 저는 밤에 라디오 같은 걸 자주 틀어둡니다. 관계라기보다는 기척에 가까운 것이겠지요.
문제는 그렇게 틀어두면 잘 시간이 계속 미뤄진다는 겁니다. 저도 그러다 새벽까지 간 적이 많아요.
소리가 있으면 하루가 안 끝난 것 같아서요. 끄는 순간 밤이 온다는 걸 아니까 자꾸 미루는 셈이겠지요. 그래서 요즘은 끄는 시간을 미리 정해둡니다.
말소리는 마음이 계속 따라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비 소리나 물 흐르는 소리 쪽으로 바꿨습니다.
같은 소리가 반복되면 생각도 같이 느려지는걸요. 무언가를 덮는 게 아니라 옆에 두는 정도가 되더라고요. 저한테는 그게 제일 잘 맞았어요.
조용함을 못 견디는 게 약한 것도 아니겠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뭔가를 틀어두고 계셨다면 그건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는 방식인걸요. 어떤 밤에는 소리 하나가 사람 몫을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