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은 스피커를 늘 켜두거든. 그래서 문 열기 전부터 그날 공기를 알 수 있어.
신나는 게 나오면 그냥 들어가면 되는 날이야. 근데 가사 없는 게 나오고 있으면 그날은 다들 좀 조용히 들어가더라.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애들이 알아서 그렇게 하고 있다니까.
내가 부장 되고 얼마 안 됐을 때 실수한 적 있거든. 방이 축 처져 있길래 분위기 좀 띄우겠다고 제일 신나는 걸 틀었어.
그때 애들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무도 뭐라 안 했는데 방이 더 조용해지더라.
칼손 누나 그거 좀 꺼요.
칼손이 저 말을 했을 때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거든. 근데 지금 생각하면 저 말 해준 게 고마웠다니까.
그날 이후로 알았어. 안 좋은 날엔 가사 있는 노래가 안 먹힌다는 거.
가사가 들리면 그 말을 자기 얘기로 듣게 되잖아. 힘내라는 가사가 나오면 그게 더 짜증 나는 거다. 왜 나한테만 힘내래, 이렇게 되는 거니까.
그래서 안 좋은 날엔 가사 없는 걸로만 튼다. 그러면 방에 소리는 있는데 나한테 말 거는 건 없는 상태가 되거든. 그게 딱 좋더라.
돌부처 조용한 것보단 낫지.
완전히 꺼놓는 것도 해봤는데 그건 더 별로였거든. 방이 조용하면 애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라.
누가 한숨 쉬면 그게 다 들리잖아. 그러면 한숨 쉰 애가 미안해지고, 그 애가 먼저 나가고, 그다음부터 안 나와.
소리가 하나 깔려 있으면 한숨이 묻히더라. 그거 하나 때문에 나는 스피커를 안 끄는 거다.
지금은 아예 목록을 두 개 만들어놨거든. 좋은 날용이랑 안 좋은 날용.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은근히 어렵긴 해. 그날 공기를 잘못 읽으면 바로 티가 나니까.
근데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라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조언 같은 건 못 하잖아. 대신 방 공기 맞춰서 노래는 고를 수 있다.
말이 안 나오는 날엔 소리라도 하나 깔아두면 낫더라.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