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문 열자마자 떠드는 애가 있거든. 오늘 뭐 있었는지 다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애.
그 애가 어느 날부터 문 열면서 "어" 하고 끝내더라. 그리고 자기 자리로 바로 간다.
돌부처 쟤 물렸네.
돌부처가 저 말을 하는데 아무도 안 물어봤어. 다 알고 있었다니까.
물렸다고 먼저 말하는 애는 별로 없어. 근데 표는 다 나거든.
제일 먼저 짧아지는 게 말끝이야. 문장을 끝까지 안 맺는다든가, 물어보면 "어" "아니" 두 글자로만 답한다든가. 그다음이 웃음이고 그다음이 출석이더라.
세 번째까지 가면 한동안 안 나와. 그래서 우리는 첫 번째에서 알아채려고 하는 거다.
칼손 나는 그때 말 시키는 게 제일 싫던데.
칼손은 반대 얘기를 하는 애야. 근데 저것도 맞는 말이긴 해.
내가 예전에 실수한 적 있거든. 말 짧아진 애한테 무슨 일 있냐고 세 번 물어봤어.
그 애가 그다음 주에 안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몰아붙인 거다. 말하기 싫어서 짧게 답하는 애한테 계속 물으면 그 자리가 불편해지잖아.
불나방 그냥 같이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
불나방이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어. 평소에 제일 시끄러운 애가 이럴 때만 정확하다니까.
그래서 지금은 안 물어봐. 대신 자리를 비워둔다.
문 옆자리는 늘 하나 비워놓거든. 들어와서 아무 말 안 하고 앉았다가 나가도 되는 자리. 그 자리에 앉는 애가 한 달에 두어 명은 있더라.
그 자리에 앉았다 간 애가 다음 주에 다시 떠들기 시작하면 그건 다 지나간 거라니까.
말이 짧아진 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야. 말이 다 안에서 엉켜 있어서 그런 거라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뭘 하라고는 못 해. 대신 옆에 앉는 건 할 수 있잖아.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