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이번엔 코인 이름을 하나 물어왔어요.
강미연 뉴스에 리플이라는 코인 이름이 자꾸 나오더래요. 그런데 그게 뭐 하는 건지는 아무도 말을 안 해준대요.
박예슬 코인이면 다 같은 거 아닌가요? 뭘 하려고 따로 만든 건데요?
저도 처음엔 다 비슷한 줄 알았어요. 들어보니 애초에 노린 자리가 다른 거예요.
시골 사돈댁에 뭘 보낼 때 생각하면 쉬웠어요.
동네 가게에 맡기면 그 집에서 읍내로, 읍내에서 큰 터미널로, 거기서 또 마을로 가잖아요. 손을 탈 때마다 하루씩 묵고 조금씩 값이 붙어요. 물건은 그대로인데 거쳐 가는 자리가 많아서 늦고 비싸지는 거예요.
나라 밖으로 돈을 보내는 것도 그렇대요. 우리 은행에서 저쪽 은행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중간에 몇 군데를 거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며칠씩 걸리고 수수료가 붙는 셈이죠.
리플은 그 중간을 코인으로 이어보자고 만든 거래요. 여기서 코인으로 바꿔서 건너간 다음 저쪽에서 다시 그 나라 돈으로 바꾸는 식으로요. 중간 창고를 하나로 줄여보자는 생각인 거예요.
이게 저는 제일 새로웠어요.
비트코인은 캐는 방식이라 만든 주인이 따로 없다고 들었잖아요. 그런데 리플은 뒤에 회사하고 재단이 있대요. 미리 정해놓고 내놓는 쪽이 있는 거예요.
살림으로 치면 이래요. 동네에서 알아서 도는 곗돈하고, 상가에서 찍어내는 상품권은 다르잖아요. 상품권은 찍는 데가 있고 얼마나 풀지도 거기서 정하고요. 주인이 있느냐 없느냐가 이 둘을 가르는 셈이죠.
박예슬 주인이 있으면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그건 보는 사람마다 다르대요. 책임지는 데가 있어서 낫다는 쪽도 있고, 한 곳이 쥐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쪽도 있고요. 어느 쪽이 맞는지는 저희가 정할 일이 아닌 거예요.
만든 데가 있다 보니 나라에서 이걸 어떻게 볼 거냐를 두고 오래 다퉜다고 들었어요. 그냥 물건으로 볼 거냐, 사람들 돈을 모은 것으로 볼 거냐 하는 다툼이래요.
상품권을 떠올리면 왜 다투는지 알겠더라고요. 상가 안에서만 쓰는 종이면 상가 일이지만, 그걸 사람들이 사고팔기 시작하면 관청이 들여다보게 되잖아요. 쓰임이 넓어지면 규칙도 따라붙는 셈이죠.
다만 그 다툼이 지금 어디까지 갔는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돈이 나라를 건널 때 거치는 자리를 줄여보자고 만든 것, 뒤에 만든 데가 있다는 것, 그래서 규칙 다툼이 따라붙는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은행들이 실제로 이걸 얼마나 쓰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저희 자리에서 알 수 없어요. 앞서 알아본 가스비나 김치 프리미엄도 그랬잖아요. 이름은 낯설어도 뭘 하려고 만든 물건인지까지는 부엌 말로 옮겨지는 말이에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