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름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삼양식품이라는 데가 자꾸 나오더라고요. 라면 회사라던데요.
그러자 예슬이가 찬장에서 봉지를 하나 꺼내 뒤집었어요. 뒷면 글씨가 우리말이 아닌 걸 보고 잠깐 멈칫하더라고요.
박예슬 라면 회사면 라면 팔아서 버는 거잖아요. 왜 수출 얘기가 같이 나오는데요?
저도 그게 이상했어요. 그런데 우리 집 부엌으로 옮기니까 풀리는 거예요.
동네 반찬가게를 생각해 보세요. 동네 사람 수는 정해져 있잖아요. 아무리 잘해도 하루에 팔 수 있는 게 거기서 거기인 거예요.
우리나라 라면 시장이 그렇대요. 오래됐고 사람 수가 늘지 않는 자리인 거예요. 여기서는 서로 뺏고 뺏기는 거지 판이 커지지는 않는 셈이죠.
그런데 옆 동네에서 사러 오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지잖아요. 나라 밖은 그 옆 동네인 거예요. 한 군데만 붙어도 동네 하나가 통째로 늘어나는 셈이니까 뉴스에 그 얘기가 먼저 붙는 거예요.
이 대목이 저는 제일 재밌었어요.
밖에서 먼저 소문이 났대요. 남들이 매운 걸 먹어 보는 걸 찍어 올리는 게 돌면서 이름이 알려졌다는 거예요. 회사가 돈을 들여 알린 게 아니라 남이 찍은 게 돌아다닌 셈이죠.
동네에서 반찬 잘한다고 소문나는 거랑 같은 거예요. 내가 낸 광고보다 옆집 아주머니 한마디가 세잖아요. 다만 그렇게 붙은 소문은 내가 켠 게 아니라서 내가 끌 수도 없는 거예요.
박예슬 그럼 언제까지 갈지는 회사도 모르는 거 아닌가요?
주문이 늘면 제일 먼저 어디가 막히겠어요. 부엌인 거예요.
우리 집도 명절에 손님이 갑자기 늘면 불이 모자라잖아요. 냄비를 더 산다고 되는 게 아니라 화구가 모자란 거예요. 공장도 그렇대요. 그래서 잘 팔린다는 얘기 뒤에는 공장을 새로 짓는다는 얘기가 꼭 같이 붙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공장은 오늘 짓겠다고 내일 서는 게 아니잖아요. 앞서 배 만드는 데가 왜 몇 해씩 걸리는지 알아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나온 얘기랑 같은 짜임인 거예요. 주문은 갑자기 느는데 만드는 자리는 계단처럼 뭉텅이로 늘어나는 셈이죠.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라던데요.
배에 실어야 하고, 실어 나르는 값이 오르내리면 그게 같이 얹힌대요. 배로 나르는 회사가 뭘 하는 데인지 알아본 날 얘기가 여기서 이어지는 거예요.
나라마다 들어갈 수 있는 재료 기준이 다른 것도 있대요. 어떤 데는 못 넣게 하는 게 있어서 그 나라에 맞춰 따로 만든다는 거예요. 우리 집 김치를 시댁 입맛에 맞춰 따로 담그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리고 밖에서 받은 돈을 우리 돈으로 바꿀 때 그날그날 사정이 달라진다고 들었어요. 다만 그게 지금 어느 쪽인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안에서 파는 자리는 판이 안 커지고 밖은 한 군데만 붙어도 판이 늘어난다는 것, 그래서 라면 회사 얘기에 나라 밖 얘기가 먼저 붙는다는 것, 그리고 잘 팔린다는 말 뒤에는 부엌이 좁다는 말이 꼭 따라온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유행이 언제까지 갈지는 저희가 못 정해요. 유행하는 얘기가 왜 늘 늦게 우리 귀에 들어오는지 알아본 날에도 결론은 같았어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