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들은 이름을 들고 왔어요.
강미연 원전 얘기가 나올 때마다 두산에너빌리티라는 이름이 같이 나온대요. 그런데 원전은 한전이 하는 거 아니냐고 이웃 언니가 그러더래요.
박예슬 그럼 발전소를 짓는 데랑 돌리는 데가 다른 건가요? 그게 한 회사 일이 아닌가요?
저도 한 덩어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갈라놓고 보니 자리가 셋으로 나뉘어 있는 거예요.
집을 지을 때를 생각하면 쉬웠어요.
도면을 그리는 설계사무소가 있고, 그 도면대로 짓는 시공하는 집이 있고, 다 짓고 나서 보일러가 고장 나면 부르는 수리하는 집이 또 있잖아요. 다 "우리 집 일"인데 하는 데가 다 다른 거예요.
원전도 그렇대요. 도면을 그리는 데가 있고, 안에 들어가는 큰 물건을 만드는 데가 있고, 다 지어진 걸 정기적으로 뜯어보고 고치는 데가 따로 있는 셈이죠. 한국전력기술 같은 데는 그리는 쪽이고, 두산에너빌리티는 만드는 쪽이라고 들었어요.
두산에너빌리티 쪽이 뭘 만드느냐가 저는 제일 궁금했어요.
들어보니 발전소 안에 들어가는 덩치 큰 속알맹이를 만든대요. 열을 내는 통, 그 열로 김을 뽑아내는 통 같은 것들이요. 저희 집으로 치면 밥솥의 겉통이 아니라 안에서 실제로 열이 도는 부분인 거예요.
이건 아무 데서나 못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크고 두꺼워서 그걸 다룰 수 있는 자리가 세상에 몇 군데 없대요. 큰 가마솥을 부어낼 수 있는 대장간이 흔치 않은 것과 같은 거예요.
박예슬 그럼 주문이 몰리면 얼른 더 만들면 되잖아요.
그게 또 안 된대요. 이런 건 하나 만드는 데도 오래 걸리고 자리를 늘리는 데도 몇 해가 걸린다고 들었어요. 앞서 알아본 반도체나 전력기기 이야기하고 똑같은 사정인 셈이죠.
새로 들은 말이 하나 있어요. 큰 걸 한 번에 짓는 대신 작은 걸 여러 개 만들자는 쪽 얘기가 나온다고요.
이건 밥솥으로 옮기면 아주 쉬워요. 온 동네 밥을 가마솥 하나로 짓는 방식하고, 집집마다 작은 밥솥을 두는 방식은 다르잖아요. 가마솥은 한 번 걸면 크게 짓지만 걸기까지가 오래 걸리고, 작은 솥은 옮기기도 쉽고 하나 고장 나도 나머지가 도는 거예요.
다만 그게 실제로 얼마나 자리를 잡을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한 이름으로 불려도 그리는 데·만드는 데·고치는 데가 따로 있다는 것, 만드는 쪽은 아무나 못 하는 큰 물건을 짠다는 것, 그래서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어느 자리가 더 나은지는 저희가 정할 얘기가 아닌 말이에요. 다만 이름을 들었을 때 어느 자리에 선 집인지는 이제 물어볼 수 있게 됐어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