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본 이름을 들고 왔어요.
강미연 KB금융이니 신한지주니 하는 이름이 자꾸 나오더래요. 그게 은행 얘기라던데요.
박예슬 은행은 우리한테 이자를 주는 데잖아요. 주는 데가 어떻게 버나요?
저도 그게 늘 이상했어요. 그런데 곗돈으로 옮기니까 한 번에 풀리는 거예요.
동네 계를 생각해보세요. 사람들이 다달이 돈을 부으면 누군가 그걸 맡아뒀다가 순서가 된 사람한테 목돈으로 내주잖아요.
맡는 자리에 앉은 사람은 자기 돈으로 내주는 게 아니에요. 남의 돈을 잠시 맡아뒀다가 필요한 사람한테 옮겨주는 자리인 거예요. 은행도 그렇대요. 우리가 맡긴 돈을 필요한 사람한테 빌려주는 셈이죠.
그러면 어디서 버느냐. 맡긴 사람한테 주는 몫보다 빌려 간 사람한테 받는 몫이 조금 더 크대요. 그 사이 차이가 은행 몫인 거예요. 곗돈으로 치면 맡아준 값을 조금 받는 것과 같은 거예요.
여기서 예슬이가 또 물었어요.
박예슬 그 차이가 그렇게 크지도 않을 텐데 그걸로 회사가 굴러가나요?
그게 저도 신기했는데, 오가는 양이 워낙 많아서 그렇대요.
이건 콩나물 파는 것과 같은 거예요. 한 봉지에 남는 건 얼마 안 되지만 온 동네가 매일 사 가면 그게 쌓이잖아요. 은행은 한 건에 조금씩, 대신 아주 많은 건을 하는 자리인 셈이죠.
그리고 돈만 옮겨주는 게 아니라 이체해주고 카드 만들어주고 하는 데서도 조금씩 받는다고 들었어요.
이 대목이 새로웠어요. KB금융이나 신한지주 같은 이름은 은행 하나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은행이 있고, 카드 하는 데가 있고, 증권 하는 데가 있고, 보험 하는 데가 있는데 그걸 한 지붕 아래 묶어둔 이름이래요. 저희 집으로 치면 한 상에 국이랑 반찬이랑 후식이 다 올라와 있는 것과 같은 거예요. 한 군데가 시원찮아도 다른 데가 받쳐주는 셈이죠.
빌려준 돈을 못 받으면 그게 고스란히 손해가 된다고 들었어요.
계로 치면 목돈 타 간 사람이 그다음부터 안 붓는 경우잖아요. 그 자리를 맡은 사람이 뒤집어쓰는 거예요. 그래서 은행은 아무한테나 안 빌려주고 자꾸 뭘 떼 오라고 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깐깐한 게 성격이 아니라 자리 사정인 셈이죠.
다만 지금 그 사정이 어떤지, 앞으로 어떨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남의 돈을 맡아 필요한 사람에게 옮겨주는 자리라는 것, 주는 몫과 받는 몫 사이 차이로 번다는 것, 한 건에 조금씩 대신 아주 많은 건을 한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앞서 알아본 회사들은 뭘 만드는 집이었잖아요. 여기는 만드는 게 없는 대신 옮겨주는 자리라는 게 저는 제일 다르게 느껴진 말이에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